전문가들 "당장 시장 안정효과 '미미'…정책 기조 변화는 환영"
정부가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한 주택 공급 대책을 4일 발표한다. 그간 '공급은 충분하다'고 주장해왔던 정부가 '(주택 공급을 위해)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입장을 선회한 만큼 이번 공급 대책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공급 대책이 '패닉' 상태에 빠져든 수요자의 불안감을 얼마나 진정시킬 수 있느냐가 향후 주택시장 안정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를 위해선 7·10 대책 등 기존 대책을 넘어서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서울 '35층 제한'룰 완화 등 고밀도 개발 추진… 유휴부지 활용도
이번에 발표될 주택 공급 대책의 윤곽은 대충 드러났다. 주택업계와 정부 관계자 등에 따르면 정부는 △도시 주변 유휴부지 활용 △수도권 재건축·재개발 용적률 상향 △3기 신도시 용적률 상향 등을 통해 약 10만 가구(서울 5만 가구, 경기ㆍ인천 5만 가구)를 공급할 예정이다.
정부는 지난 5ㆍ6 대책을 통해 서울에 주택 7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5만 가구를 추가로 늘려 서울에서 12만 가구를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우선 유휴지와 지자체, 공공기관 부지를 활용한 신규 택지 공급의 경우 그간 거론됐던 서울 노원구 태릉골프장 부지 외에도 △대치동 서울무역전시장(SETEC) 부지 △개포동 서울주택도시공사(SH) 본사 △구로역·효창공원앞 철도 유휴부지 △송파·탄천 유수지 행복주택 시범단지 △상암 DMC 유휴부지 등이 유력 후보지로 꼽힌다.
또 △서울 서초구 옛 한국교육개발원 부지 △통일연구원 부지 △국립외교원(외교안보연구원) 부지 △서울연구원 부지 △서울시 인재개발원 부지 △국립전파연구원 부지 △홍릉 연구단지 내 KDI 부지 등도 거론된다.
정부는 경기 남양주 왕숙ㆍ하남 교산ㆍ고양 창릉ㆍ부천 대장지구와 인천 계양지구 등 3기 신도시와 공공택지지구에 대해서는 용적률을 높이는 방식으로 주택 공급을 늘리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용산역 정비창 부지도 용적율을 높여 공급 가구를 기존 8000가구에서 1만가구 이상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대책의 핵심이 될 서울 재건축 개발과 관련해서는 파격적인 용적률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재건축 단지에 용적률을 대폭 높여주는 대신, 재건축 단지로부터 기부채납을 받는 방식이다. 기부채납도 그간 조합의 반발이 컸던 공공임대주택 대신 현금이나 주택으로 받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원활한 용적률 인센티브 제도 적용을 위해 35층으로 묶은 층고제한 규제도 푼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정부는 재건축 단지 중 중층 단지는 2.5배, 저층 단지는 3배까지 공급량을 대폭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확실한 공급 시그널 필요… 과감한 규제 완화는 필수"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시장에 확실한 공급 시그널을 준다는 방침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아직 대책과 관련해 구체적인 내용이 나오지 않았다"면서도 "정부는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한 공급 대책 마련에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대책 효과와 관련해 전문가들 사이에선 의견이 분분한 모습이다. 정부가 공급 대책을 내놓는다는 것 자체로 시장에 긍정적인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대책 내용이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패닉 바잉'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시장은 불안정한 상황"이라며 "공급 대책 발표 자체가 시장 불안을 잠재우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재건축 용적률 인센티브 적용 등을 제외하고는 앞서 발표한 7·10 대책에서 크게 진전된 게 없을 것이란 지적도 많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아직 대책이 나오지 않아 뭐라고 얘기할 순 없지만 기존에 발표했던 공급 대책에서 크게 발전한 내용은 없을 것 같다"며 "정부가 공급 부족 논란에 한달 만에, 그것도 충분한 사회적 논의 과정 없이 속도전을 내세워 내놓은 정책이어서 우려가 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 정책의 핵심으로 꼽히는 재건축ㆍ재개발 등 도심 고밀 개발과 관련해서도 실효성을 두고 우려가 나온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이번 정책의 핵심은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어떻게 활용해 공급 물량을 뽑아내느냐에 달렸다"며 "그러나 조합이나 아파트 주민들이 재건축 사업을 서둘러 추진할 정도의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지 않는 한 민간의 참여를 이끌어내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보다 확실한 효과를 위해서는 재건축 안전진단 규제 완화 등 기존 규제를 과감히 뜯어고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