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몬저축은행의 파산으로 손해를 입은 후순위채권 피해자들에 대해 감사업무를 수행한 안진회계법인의 책임이 있다고 판단한 원심을 다시 심리하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A 씨 등이 솔로몬저축은행의 소송수계인 예금보험공사, 안진회계법인, 금융감독원, 국가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4일 밝혔다.
솔로몬저축은행 후순위채권 피해자인 A 씨 등은 솔로몬저축은행이 파산하면서 사채금을 회수하지 못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A 씨 등은 솔로몬저축은행이 재무제표를 작성·공시하면서 회수 가능성에 의문이 있는 대출채권을 정상채권으로 분류하고 자산, 당기순손실 등을 허위로 작성해 이를 토대로 후순위채권을 발행하고 투자자에게 허위 설명을 했다고 주장했다.
안진회계법인은 감사에 필요한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아 재무제표 감사보고서에 적정의견을 표명하고, 금감원과 국가는 솔로몬저축은행에 대한 감독업무를 게을리 해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1심은 “원고들은 파산 절차에서 솔로몬저축은행에 대한 손해배상채권을 신고하고 그에 따른 후속 절차를 취해야 함에도 이에 대한 입증 없이 민사소송으로 채권 지급을 구하는 것은 소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
반면 2심은 “솔로몬저축은행이 회사채를 발행하면서 증권신고서에 재무상태 등 중요사항에 관해 거짓 기재를 했으므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며 예금보험공사에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또 안진회계법인이 솔로몬저축은행의 재무제표상 거짓 기재를 인지하고도 적정 의견을 냈다고 보고 함께 책임을 지도록 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은 안진회계법인이 감사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솔로몬저축은행에 대해 일부 대출채권의 자산 건전성 분류, 대손충당금 적립 액수의 오류를 지적, 수정 요청한 이후 그 내용이 최종감사보고서, 최종 재무제표 등에 반영됐는지 등을 살펴봤어야 한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했다.
재판부는 “나아가 원심이 대손충당금이 과소계상돼 재무제표에 거짓 기재가 있다고 인정한 일부의 대출채권에 관해 안진회계법인이 감사업무를 게을리하지 않았음을 증명했다고 볼 여지도 없지 않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