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사우디아람코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의 충격을 피하지 못했다.
아람코는 8일(현지시간) 2분기 순이익이 246억 리얄(약 66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73% 감소했다고 발표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대규모 적자에도 불구하고 아람코는 187억5000만 달러의 분기 배당을 예정대로 지급할 계획인데, 이는 회사 전체 지분의 약 98%를 보유한 정부가 다 가져가게 된다.
아민 나세르 아람코 최고경영자(CEO)는 “원유 수요 감소와 유가 하락에 따른 강한 역풍이 2분기 실적에 반영됐다”며 “세계 각국이 규제를 완화해 경제를 다시 자극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면서 에너지 시장이 부분적으로 회복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실적은 세계 최대 석유 수출국인 사우디가 격동의 시기를 맞고 있음을 고스란히 보여준다는 평가다. 지난 4월 미국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가격은 마이너스대로 떨어졌고, 코로나19로 인해 세계 경제가 타격을 입으면서 아람코 역시 수백 개의 일자리를 줄였다. 지난주에는 시가총액 세계 1위 자리를 미국 애플에 다시 내주는 굴욕도 겪었다.
산유국 맹주인 사우디와 러시아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협력국들의 감산을 통한 유가 부양에 앞장섰다. 덕분에 유가는 다시 회복 기조에 올랐지만 북해산 브렌트유는 올해 들어 여전히 33% 하락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에 BP와 로열더치셸 같은 정유사들은 배당금을 줄이기로 했다.
그런데도 아람코가 배당을 축소하지 않는 건 사우디 재정적자와 무관하지 않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사우디는 세수의 대부분이 원유 판매에서 나오는데, 2020년에는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12%를 넘어설 전망이다. 이는 2016년 이후 최악이다. 이에 아람코에 대한 정부의 배당금 지급 유지 압박은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아람코의 자금조달비율(gearing ratio)은 3월 -5%에서 6월엔 20.1%로 뛰었다. 아람코가 화학회사인 사우디베이직인더스트리즈를 700억 달러에 인수하면서 떠안은 부채 때문이다. 아람코는 2028년 상환 조건으로 사우디 국부펀드에서 대출을 받았다. 배당 지급 약속을 지키려면 아람코는 채권 발행과 대출을 늘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아람코의 주가는 9일 오전 10시 31분 현재 33.05리얄로 전 거래일보다 0.3% 올랐다. 올해 들어선 6.2% 하락했는데, 이는 엑손모빌(-38%)이나 셸(-50%)에 비하면 양호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