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효진 사회경제부장
얼마전 한 인사와의 식사자리에서 나온 얘기다. 언뜻 보면 양쪽 모두를 비판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야기의 방점은 추 장관에 찍혀있다.
추 장관은 ‘조국 사태’로 혼란했던 올 1월 취임했다. 판사 출신에 5선 의원, 임기를 꽉 채운 민주당계 최초의 당대표 등 화려한 이력을 갖춘 걸출한 인물이라는 점에서 기대를 모았다.
특히 추 장관이 가진 ‘추다르크’(추미애+잔다르크)라는 인상적인 별명이 회자됐다.
추 장관은 1997년 당시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 대선 후보 캠프 선거유세단장 시절 대구에서 활약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반(反) 호남 정서가 강한 민주당 불모지인 대구에서 꿋꿋이 유세활동을 펼치면서 이러한 별칭이 붙었다.
추다르크가 문재인 정부의 핵심 국정 과제 중 하나인 ‘검찰개혁 완수’라는 중차대한 임무를 어떻게 수행해 나갈지에 대한 관심도 컸다.
그러나 그동안 추 장관이 보여준 업무수행능력은 실망스럽다.
추 장관 취임 후 8개월 동안의 임기는 갈등과 충돌로 점철된다. 대화와 타협은 부족했다.
추 장관은 사사건건 윤 총장과 부딪혔다. 가장 강력한 무기인 인사권을 통해 윤 총장의 수족을 잘라냈다.
추 장관은 취임 직후 판을 뒤집는 인사를 했다. 강남일‧한동훈‧박찬호‧이원석 등 대검찰청에서 윤 총장을 보좌하던 측근들을 모두 물갈이 했다. 이전에 윤 총장이 자신의 사람들로 요직을 채운 게 화근이었지만, 이를 한 번에 뒤집은 추 장관의 기세도 만만치 않았다.
이는 갈등의 시작이었다.
윤 총장도 물러서지 않았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비리 혐의 수사 이후에도 울산시장 선거 개입,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과 관련해 거침없는 행보를 보였다.
추 장관은 불편한 심기를 여과 없이 드러냈다. 공개석상에서 ‘검찰총장이 내 말을 듣지 안는다’는 취지의 발언을 서슴없이 했다.
기류가 바뀐 계기는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사건이다. 추 장관은 이례적으로 수사지휘권을 발동했고, 윤 총장은 이에 대해 ‘형성적 처분’이라며 수용했다. 법무부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이상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효력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검언유착 의혹 사건은 추 장관과 윤 총장의 대립, 대검과 서울중앙지검의 갈등, 검사장(피의자)과 부장검사(수사팀장)의 물리적 충돌 등 상당한 잡음을 냈다.
이렇게 요란한 수사에도 검찰은 한 검사장의 공모 혐의를 밝혀내지 못했다. 수사팀은 한 검사장의 공모 여부를 계속 수사할 방침이지만 혐의 입증은 쉽지 않아 보인다.
이번 사건 수사가 검언유착이 아닌 것으로 일단락됐지만 수사지휘권을 발동하고 한 검사장에 대한 감찰까지 지시한 추 장관은 아무런 얘기가 없다.
무엇보다 수사 과정에서 한 검사장과 정진웅 부장검사(수사팀장)의 몸싸움이 있었지만 일언반구도 없다.
지난 1월 한 대검 간부의 장인상 빈소에서 양석조 대검 반부패선임연구관이 상관인 심재철 반부패부장에게 “조국이 왜 무혐의냐, 당신이 검사냐"고 항의하면서 벌어진 소동에는 “장삼이사(張三李四)도 하지 않는 부적절한 언행을 해 대단히 유감”이라고 했었던 그다.
추 장관은 최근 인사에서 친정부 검사들을 대거 승진시켰다. 반대로 윤 총장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추 장관이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인사가 만사”라며 “출신지역을 골고루 안배한 인사를 했다”고 했지만 동조하는 이는 드물다.
이번 인사에서 검찰 ‘빅4’로 꼽히는 서울중앙지검장(이성윤 유임), 법무부 검찰국장(심재철),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신성식), 대검 공공수사부장(이정현)만 봐도 모두 호남 출신들로 채웠다.
추 장관이 윤 총장과 각을 세우면서 자주 내세운 명분은 검찰개혁이다.
제대로 된 검찰개혁은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민주적 통제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한 개인이나 정권의 통제가 돼서는 안 된다.
여기엔 주관적인 잣대가 아닌 보편적 기준이 작용해야 한다. 과거 비난하던 정권의 행태를 그대로 답습하면서 스스로를 합리화하는 것은 그만해야 한다. 국민들은 바보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