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산조작으로 500억 원 상당의 가상화폐를 허위로 충전한 가상화폐 거래소 운영업체 대표에게 사전자기록등위작죄를 적용할 수 있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단이 나왔다.
전합(주심 안철상 대법관)은 27일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가상화폐 거래소 코미드 대표 최모 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함께 기소된 대주주 겸 사내이사 박모 씨에게도 징역 2년이 확정됐다.
최 씨 등은 2018년 1월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사용 중인 가상화폐 거래시스템에 차명 계정을 생성하고, 허위의 원화 포인트 등을 입력해 사용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전산 조작으로 500억 원 상당의 가상화폐를 허위로 충전한 뒤 주문을 넣어 거래량을 부풀리는 방법으로 300억여 원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1·2심은 “피고인의 범행으로 고객들의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신뢰가 크게 훼손됐고 그로 인해 국내 가상화폐 거래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쳤다”며 최 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박 씨에게는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사건은 회사의 대표이사 등인 이들이 가상화폐 거래소 시스템에 ‘허위 정보를 입력’한 행위가 형법상 사전자기록의 ‘위작’에 해당하는지를 논의하기 위해 전원합의체에 회부됐다.
형법 제232조의2는 ‘사무처리를 그르치게 할 목적으로 권리·의무 또는 사실증명에 관한 타인의 전자기록등 특수매체기록을 위작 또는 변작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전합은 “이미 여러 판결을 통해 시스템의 설치·운영 주체로부터 입력 권한을 부여받은 사람이 권한을 남용해 허위 정보를 입력해 시스템 설치·운영 주체의 의사에 반하는 전자기록을 생성하는 경우도 ‘위작’에 포함된다고 판시했다”며 하급심 판단이 옳다고 결론 내렸다.
대법원 관계자는 “형법에서 정한 사전자기록 등 위작죄에서 ‘위작’의 의미를 재확인한 판결”이라며 “사무처리를 그르치게 할 목적으로 권리·의무 또는 사실증명에 관한 타인의 전자기록에 진실에 반하는 허위 전자기록을 생성하는 경우도 처벌대상”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기택, 김재형, 박정화, 안철상, 노태악 대법관 등 5명은 “형법상 ‘위작’은 권한이 없는 사람이 전자기록을 작성하거나 전자기록 생성에 필요한 단위정보를 입력하는 경우만을 의미한다고 해석해야 한다”고 반대의견을 냈다.
대표이사가 회사에서 설치·운영하는 시스템의 전자기록에 허위 정보를 입력한 것은 시스템 설치 주체인 회사의 의사에 반한다고 할 수 없어 권한남용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취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