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과 술집, 카페, 빵집 등 사람들이 모여서 먹고 마시고 얘기를 나누던 곳이 영업을 강제적으로 빨리 끝내거나 테이크아웃(배달)만 해야 하는 사실상의 ‘셧다운’에 들어갔다. 정부가 30일부터 9월 6일까지 서울 등 수도권을 대상으로 음식점, 제과점은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새벽 5시까지 포장ㆍ배달만 가능, 프랜차이즈 커피 음료 전문점은 영업시간과 관계 없이 포장 배달만 허용하는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방안을 내놓은 데 따른 것이다.
이미 코로나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가 자리잡으면서 자발적으로 사람들이 모이는 것을 자제해 온 터이지만 정부가 영업시간과 방식 등을 통제하는 상황은 이례적이다. 바이러스가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것이 느껴질 정도이니 과도하다 싶더라도 방역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조치일 수 있다.
문제는 이런 곳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이다. 코로나가 시작된 연초부터 직격탄을 맞은 이들은 착한 임대료 운동, 재난지원금 등 반짝 효과로는 경영난을 막기에 역부족이었다. 바이러스 재확산세 이후 정부의 강력한 영업제한 조치까지 나오면서 그야말로 패닉 상태다.
2.5단계 방역조치가 시작된 날 때마침 방송인 홍석천은 마지막 남은 이태원 식당마저 문을 닫는다는 소식을 전했다. 그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금융위기, 메르스 뭐뭐뭐 위기란 위기를 다 이겨냈는데 이놈의 코로나 앞에서는 저 역시 버티기가 힘들다”면서 “식당 사장 참 힘든 자리다. 코너에 몰리면 방법이 없다. 지금이라도 더 늦기 전에 결정한 게 다행인 듯하다”고 했다.
한때 이태원에서만 식당을 7개까지 운영하며 연 매출 약 100억원을 올리는 등 외식업 부자로 이름을 떨쳤던 그였지만 이달 초 한 TV 프로그램에 나와 "(이태원 매장) 한 달 수입이 3500만원 손해가 났다. 월세만 950만원이다”라고 경영난을 털어놓기도 했다.
대다수 자영업자들이 홍씨보다 더하면 더했지 이미 경영 상황이 벼랑 끝까지 와 있는 상태다. 실제 자영업자의 코로나 직격탄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6월말 통계청 기준 국내 자영업자수는 올해 초 대비 13만8000명이 줄었으며 가맹사업을 포기한 가맹본부도 700곳이 넘는다. 외식업은 자영업자 5년내 생존율이 20%에도 미치지 못하는 업종인데 코로나가 업종 수명 단축에 일조하고 있다.
이번 방역 강화 조치를 기점으로 홍 씨처럼 가게 문을 닫는 외식 자영업자들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음식점 카페 등 외식업은 점주인 사업자뿐 아니라 매장 직원이 대부분 고용돼 있기 때문에 고용계수가 높은 업종에 속한다. 사업을 정리하는 자영업자나 해고되는 매장 아르바이트 직원 등은 어디로 가게 될까. 가장 흡수가 손쉬운 곳이 코로나 불황 속에서 눈에 띄게 승승장구하는 배달 사업이 아닐까 싶다.
코로나 이후 배송 서비스는 이제 밤낮을 가리지 않는다. 새벽배송에 뛰어드는 유통업체가 점점 더 늘고 있고 편의점은 심야 배달에 나섰다. 음식 배달뿐 아니라 소량의 생필품까지 낮이나 밤이나 즉시 배송해준다.
배송 사업자(라이더) 수는 7월 현재 2만 2000여명으로, 1년 전보다 2배 이상 늘어났는데도 라이더 증가 속도가 배달 주문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할 지경이다. 배송 시장은 라이더나 커넥터(아르바이트 직원)가 부족해 배송 업체들이 인센티브 등을 내걸며 모시기 경쟁에 나서고 있다.
코로나가 바꾼 모습 중 하나로 음식점, 카페 등 오프라인 매장 산업은 하향 곡선을 그리는 반면 배달 산업을 필두로 하는 플랫폼 산업은 현기증 날 정도로 성장하고 있다. 플랫폼 사업자와 기존 사업자의 갈등, 플랫폼 노동자 문제 등 해결해야 하는 난제가 많지만 사업구조 재편, 노동시장 변화, 소비패턴 변화 등의 물결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공룡들도 힘든 오프라인 사업에서 자영업자들이 더이상 현 상태로 버틸 수 없다면 정부와 관련 기업들은 아이디어를 모아 배달 서비스 도입, 임대료나 가맹료 인하 등 영업난 해소 방안을 찾아야 한다. 그것도 아니라면 다른 업종, 다른 직업으로 전환하는 출구 전략을 마련해 경제 실핏줄인 이들이 안정적인 생계를 이어갈 수 있도록 신속한 제도적ㆍ재정적인 방안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