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이재용 기소 '마이웨이'…시세조종ㆍ배임 혐의 치열한 법정공방 예고

입력 2020-09-01 17:01수정 2020-09-01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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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수사기록만 21만 장…국정농단 재판 병합 가능성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검찰이 1일 이재용(52) 삼성전자 부회장을 기소하자 치열한 법정공방은 예고된 수순이라는 평가가 많다.

특히 검찰이 자체 개혁방안으로 도입한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의 수사중단ㆍ불기소 권고를 무시하고 기소를 강행하자 이 부회장 측은 "독선적", "기소를 목표로 한 수사"라고 강하게 비판하는 등 장외 논쟁도 계속될 전망이다.

검찰의 이번 기소로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사건에 더해 앞으로 수년간 서초동 법원을 오갈 것으로 보인다.

◇검찰 자체 개혁안 스스로 무너뜨려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이복현 부장검사)는 이 부회장과 최지성 옛 삼성미래전략실장(부회장) 등 11명을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및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외부감사법 위반, 위증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검찰수사심의위원들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수사 착수 1년9개월여 만에 이 부회장의 기소를 결정했다. 앞서 검찰수사심의위는 지난 6월 26일 각 분야 전문가 14명이 참석한 가운데 논의를 거쳐 10대 3의 과반수 찬성 의견으로 이 부회장에 대한 수사중단·불기소를 권고했다.

그러나 검찰은 다시 다른 외부 전문가에게 의견 청취를 하고 자체 회의를 거쳐 이 부회장을 기소하기로 했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팀은 수사심의위의 권고 취지를 존중해 지난 두 달 동안 수사 내용과 법리 등을 심층 재검토했다”며 “사안의 중대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건 처리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에 대한 기소로 검찰은 스스로 만든 절차를 무력화했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검찰이 수사심의위 권고를 뒤집은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2018년 제도 도입 후 모두 10차례 수사심의위가 열렸는데 검찰은 앞서 8차례의 권고는 수용했다. 하지만 최근 검언유착 의혹 사건과 이번 사건은 권고를 따르지 않았다.

지청장 출신 변호사는 "수사심의위의 권고를 무시하는 모순된 결과"라고 지적했다.

이 부회장 변호인단은 “검찰의 공정한 의사결정 절차를 믿고 그 과정에서 권리를 지키려 했던 피고인들로서는 납득하기 어렵다”며 “부장검사 회의, 전문가 의견 청취를 통해 결론을 도출했다고 하나 검찰권 행사를 민주적으로 통제하기 위해 도입된 중립적·객관적인 수사심의위 결론을 뒤집기 위한 편법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시세조종·업무상배임 혐의 두고 양측 입장 갈려

공은 법원으로 넘어갔지만 사안이 복잡하고 혐의가 얽혀있어 재판 장기화는 불가피하다. 검찰 수사기록은 437권, 21만여 쪽으로 방대하다. 공소장은 130여 쪽으로 다듬기 전에는 160여 쪽에 달했다. 검찰이 조사·면담한 인원만 300여 명으로 재판에 출석할 증인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측의 입장도 첨예하게 갈린다. 주요 쟁점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을 두고 업무상배임죄를 적용할 수 있을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허위 정보 유포, 중요 정보 은폐 등으로 시세조종을 하거나 이 부회장에게 유리한 시점을 골라 합병을 추진했다는 혐의도 법정에서 다툼이 있을 전망이다.

검찰은 “‘최소비용에 의한 승계 및 지배력 강화’라는 총수의 사익을 위해 투자자의 이익은 무시하고 기망한 것”이라며 “명백한 배임 행위이자 자본시장법의 입법 취지를 몰각한 조직적인 자본시장질서 교란행위로서 중대 범죄”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 부회장 측은 “자본시장법 위반, 회계분식, 업무상배임죄는 증거와 법리에 기반하지 않은 수사팀의 일방적 주장일뿐 결코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이어 “수사팀도 그동안 이사의 주주에 대한 업무상배임죄를 인정하지 않는 대법원 판례에 반한다는 법리적 이유와 삼성물산이 오히려 시가총액 53조에 이르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식을 소유하는 이익을 본 점을 고려해 의율하지 못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검찰의 구속영장청구에 대한 법원 판단도 재조명받고 있다. 앞서 법원은 “기본적 사실관계는 소명됐다”면서 주요 혐의에 대해 언급은 하지 않은 채 이 부회장 등에 대한 구속영장을 한 차례 기각한 바 있다.

◇이 부회장, 늘어난 법원 시계

이번 기소로 이 부회장은 3년6개월여 동안 받아온 국정농단 사건 재판에 이어 또다시 법원을 오가게 됐다.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의혹과 관련해 지난 2017년 2월 구속기소 돼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항소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으면서 353일간의 수감 생활에서 벗어났다.

그러나 지난해 8월 대법원은 2심에서 인정하지 않은 50억 원의 뇌물·횡령액을 추가로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재판부의 편향성을 이유로 기피 신청을 하면서 파기환송심은 중단된 상태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대법원이 재판부 기피 신청을 내년 법관 인사 때까지 결론 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재판부 기피신청에 대한 대법원 심리가 길어지면서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결론도 해를 넘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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