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합병ㆍ분식회계 의혹 사건을 수사한 검찰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재판에 넘겼다. 자체 개혁 방안 일환으로 스스로 도입한 수사심의위원회가 수사를 중단하고 불기소를 권고했지만 검찰은 이를 따르지 않고 이번 의혹 사건의 최종 책임자를 이 부회장으로 규정했다. 삼성 측은 “수사심의위의 압도적인 불기소 권고를 걷어찬 검찰의 독선”이라며 날을 세웠다.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이복현 부장검사)는 1일 이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그룹 핵심 관련자 총 11명을 불구속기소 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 부회장과 최지성 옛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김종중 옛 미래전략실 전략팀장(사장), 최치훈 삼성물산 이사회 의장 등을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 및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했다. 또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을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경영권 승계작업 일환으로 실행된 제일모직의 삼성물산 흡수합병 과정에서 삼성그룹의 조직적인 부정거래행위,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이 있었다고 의심한다.
치밀하게 계획한 승계계획안에 따라 미래전략실이 이를 주도하고 이 부회장도 이를 보고받았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거짓 정보 유포 △중요 정보 은폐 △허위 호재 공표 △국민연금 의결권 확보를 위한 불법 로비 △자사주 집중매입을 통한 시세조종 등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와 시세조종이 있었다고 본다.
검찰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제일모직에 유리한 시점에 삼성물산 흡수합병을 일방적으로 결정했다”며 “다양한 불공정거래행위를 조직적으로 자행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검찰은 최소비용에 의한 승계와 지배력 강화를 위해 투자자의 이익을 무시한 채 총수 사익을 위한 합병이 이뤄져 배임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삼성물산과 주주들에게 불리한 합병을 실행하면서 합병 필요성, 합병비율과 시점의 적절성, 합병 외 대안 등을 전혀 검토하지 않아 기업가치, 주주가치 증대 기회 상실의 재산상 손해를 가했다고 봤다.
검찰은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 의혹에 대해서도 이 부회장에게 외부감사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삼성바이오는 2015년 말 자회사 삼성에피스를 종속회사(단독지배)에서 관계회사(공동지배)로 회계처리 기준을 바꿔 장부상 회사 가치를 4조5000억 원 늘렸다는 의혹을 받는다. 검찰은 삼성이 불공정 합병 논란을 피해가기 위해 이같은 행위를 한 것으로 봤다.
검찰 관계자는 “학계와 판례의 다수 입장, 증거관계로 입증되는 실체의 명확성, 사안의 중대성과 가벌성, 사법적 판단을 통한 국민적 의혹 해소 필요성, 부장검사 회의 검토 결과 등을 종합해 주요 책임자 기소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검찰 발표 직후 삼성 측은 입장문을 통해 “유독 이 부회장에 대해서 수심위 권고를 무시하고 기소를 강행한 것은 검찰이 자신들의 필요에 따른 권고만 선별적으로 수용함으로써 심의위 제도를 악용해 검찰 개혁에 역행한 것”이라며 “스스로 개혁할 의지도, 능력도 없다는 것을 자인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부회장 변호인단도 “수사심의위 심의를 신청하니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수사심의위에서 수사중단·불기소를 결정하니 수사심의위에 상정조차하지 않았던 업무상배임죄를 추가하는 등 무리에 무리를 거듭해 왔다”며 “이러한 수사팀의 태도는 증거에 따라 실체적 진실을 찾아가기보다는 처음부터 삼성그룹과 이 부회장 기소를 목표로 정해 놓고 수사를 진행하였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