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에쓰오일은 올해 상반기에만 연결기준 1조1716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 작년 같은 기간 대비 적자로 돌아섰다. 같은 기간 매출은 8조6502억 원으로 전년보다 26.0% 줄었고 순손실은 9475억 원으로 1조 원에 육박했다.
에쓰오일의 이익 창출력 둔화는 2018년 4분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높은 유가 변동성과 국내외 경기둔화 양상, 업계 신증설 부담 등이 악영향을 미쳤다. 올해 들어서는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경기침체와 국제유가 급락에 실적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정제마진이 매우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에쓰오일은 올해 대규모 적자에 자본총계가 줄고 2015~2018년 총투자비 4.8조 원 규모의 잔사유 탈황ㆍ분해설비 및 프로필렌 하류제품 생산설비 투자에 따른 외부 차입이 늘면서 부채비율도 악화했다. 올해 상반기 에쓰오일의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204.6%로 작년 말보다 50%포인트 이상 증가했다. 에쓰오일의 부채비율이 200%를 넘긴 것은 2002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부채비율은 통상 100% 이하가 표준비율로 여겨지며 200% 이상은 위험 수준으로 평가된다. 에쓰오일은 정유 4사 중에서 홀로 200%를 초과했다.
올 상반기 기준 에쓰오일의 총차입금은 8조3664억 원으로 상반기 매출에 육박한다. 이 중 1년 내 채무를 갚아야 하는 단기성 차입금은 4조3605억 원이다. 에쓰오일의 총차입금은 대규모 설비 투자 이전인 2014년 3조6376억 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6년 만에 130.0% 증가했다. 이는 에쓰오일의 차입금의존도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2014년 차입금의존도는 35.5%였으나 올해 상반기 49.7%로 올라갔다.
에쓰오일은 상반기 대비 정유 부문의 실적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나 기손실분과 수요 위축 등으로 연간 영업손실이 예상된다. 여기에 코로나19 재확산과 미중 갈등 심화 등의 불확실성은 실적 만회 폭을 낮출 변수로 꼽힌다. 또 2단계 프로젝트 진행에 따라 재무 안정성이 더 흔들릴 여지도 있다.
다만 신평업계는 에쓰오일의 우수한 재무적 융통성을 들어 단기 유동성 위험은 극히 낮은 수준으로 평가한다. 나이스신용평가 이인영 연구원은 “에쓰오일이 2조5126억 원의 현금성자산을 갖고 있고 안정적 사업 기반도 갖추고 있다”며 “국내 주요 정유사로서의 신인도, 보유 유형자산 가치, 모회사의 높은 신인도 및 지원 여력 등에 기반을 둔 재무적 융통성은 우수하다”고 밝혔다.
한편 에쓰오일의 실적 회복이 더딜 것으로 예상하면서 주가 흐름 역시 부진한 모습이다. 에쓰오일은 지난 3월 장중 4만8450원으로 바닥을 찍은 뒤 6월 8만 원 언저리까지 반등했으나 이후로는 줄곧 내림세를 보이며 5만 원 중반까지 후퇴했다. 2분기 실적 발표 직후에는 올해 실적 추정치 하향 조정을 반영해 증시 전문가들의 목표주가 하향도 잇따랐다.
18개 증권사가 제시한 평균 목표주가는 8만1389원이다. 6만5000원으로 가장 보수적인 목표주가를 제시한 하나금융투자 윤재성 연구원은 “코로나19에 따른 수요 절벽으로 석유제품 공급과잉은 현재 진행형으로, 공급과잉 해소를 위해서는 재고소진과 가동률 상승분의 흡수라는 두 단계의 절차가 아직 남았다”며 “누적된 공급과잉 해소를 위해서는 극적인 수요 반전이 필요해 적어도 하반기까지 보수적 관점을 유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