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3년째 임금동결 결코 안 돼” vs 사 측 “성과가 없는데 과도한 성과급 어려워”
성과급 규모와 미래발전방안 등을 놓고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한 한국지엠(GM) 노사가 팽팽한 기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노조는 “3년 연속 임금 동결은 결코 막아내겠다”라며 물러서지 않고 있다. 사 측은 “성과조차 없는 상황에 과도한 성과급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이해할 수 없다”라며 맞서고 있다.
27일 한국지엠 노사에 따르면 양측은 24일까지 16차례 본교섭을 진행했으나 끝내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 이미 견해 차이를 확인한 지 오래지만, 틈이 커 팽팽한 기 싸움만 지속하고 있다.
중앙노동위원회 조자 조정 중지를 결정했다. 전날 중노위는 노사 간 견해차가 커 조정안을 제시하기 어렵다며 "쟁의조정 중지"를 결정했다. 이로써 노조 측은 합법적인 쟁의권을 확보하게 됐다.
◇기본급ㆍ성과급, 회사 미래발전방안이 쟁점=핵심 쟁점은 기본급 인상과 성과급 지급, 나아가 회사의 미래발전방안이다.
노조는 이번 임단협에서 기본급 월 12만304원 인상, 통상임금의 400%와 600만 원을 성과급으로 요구했다.
노조의 요구안을 따르자면 기본급 인상은 둘째로 쳐도 성과급만 근로자 1인당 평균 2000만 원이 넘어설 것이라는 게 회사 안팎의 분석이다.
이에 반해 사 측은 성과급을 작년 실적을 토대로 내년 1월에 170만 원, 올해 실적을 바탕으로 내년 8월에 200만 원을 지급하겠다고 제안했다. 만일 올해 흑자 전환에 성공하면 내년 8월에 100만 원을 추가로 지급하겠다는 뜻도 덧붙였다.
미래발전방안에서도 양측은 충돌했다. 최근 한국지엠은 부평 2공장에 신차 생산 물량 배정이 어렵다는 뜻을 밝히면서 노사 갈등은 심화했다.
노조 측은 부평 2공장에서 생산 중인 소형 SUV '트랙스'와 중형 세단 '말리부' 등이 단종되면 공장을 폐쇄하거나 이곳에서 일하는 1000명 이상의 근로자들이 구조 조정될 수 있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부평 2공장의 대안을 내놓으라는 이야기다.
사 측은 “생산성 향상이 향후 (부평 2공장) 물량 확보의 밑그림이 된다”라며 이곳의 생산성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을 내놨다.
노사 협의에 따라 부평 2공장의 시간당 생산물량(UPH) 확대하고, 이를 앞세워 GM 본사로부터 추가 생산물량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게 또다시 분쟁의 씨앗이 됐다.
트랙스와 말리부를 뽑아내는 부평 2공장은 1시간당 28대를 생산해 왔다.
사 측은 조립설비 가동속도를 단계적으로 끌어올려 1시간당 32대까지 생산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을 밝혔다.
그러나 노조는 1단계인 28대→30대 물량 확대가 시작되자 ‘라인 정지 버튼’을 눌러버렸다. 그리고 이틀 동안 가동을 중단을 선언했다. 공정의 불량 또는 사고 발생 때 활용하는 버튼이다.
결국, 사 측은 "추석 이후 임단협 협상을 이어가며 교섭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입장이다.
◇노조 "복지 줄고 임금 동결했는데 노동강도 상승"=노조는 2년 연속 임금을 동결했는데 3년 연속 동결은 생사가 걸린 문제라며 강경한 뜻을 고수하고 있다.
앞서 한국지엠은 글로벌 GM이 유럽시장에서 철수하자 유럽 수출물량을 책임져온 한국지엠 군산공장 폐쇄(2018년 5월)를 결정했다.
그해 노사는 산업은행의 지원금 8000억 원을 정상화를 위한 투자로 끌어내고 대승적 차원의 임금 동결에 합의했다. 이어 지난해에도 노사 양측은 임금 동결에 합의했다.
노조 관계자는 “회사 측 주장대로라면 3년 연속 임금 동결(호봉 승급분 제외)이 된다”라며 “이미 군산공장 폐쇄 때 지출을 줄이고 사원 복지를 크게 감축했다. 사실상 동결이 아니라 임금이 삭감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나아가 부평 2공장의 시간당 생산량을 28대에서 32대로 확대하는 것만으로 노동 강도가 15% 상승했다고 주장했다. 실질적인 임금은 줄었고 노동 강도가 올라갔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해 사 측은 노조 측의 과도한 성과급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이밖에 지속 가능성을 위해 올해가 흑자 전환 원년으로 삼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이조차 불확실해졌다는 뜻도 덧붙였다. 절대적인 위기라는 뜻이다.
◇사 측 "성과가 없는데 2000만 원 성과급을 어떻게"=사 측은 노조의 요구가 상식선을 벗어났다고 주장한다.
한국지엠 고위 관계자는 “계속해서 적자를 냈고 성과가 없는데 과도한 성과급을 요구하는 노조를 이해하기 어렵다”라며 “GM이 한국에 들어온 지 올해까지 18년 됐는데 수익을 낸 것은 여섯 번밖에 없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사 측 관계자는 “코로나19 쇼크로 내수판매가 안 좋지만, 수출이 크게 회복해 3분기까지는 올해 목표치에 거의 근접했다”라며 “올해가 이븐 포인트(손익분기점)인 만큼 올해 실적이 향후 생산물량 확보와 지속성을 담보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지엠은 올해 초 북미 수출형과 내수용 소형 SUV인 트레일블레이저가 실적 개선에 힘을 몰아주면서 조심스럽게 6년 만에 흑자전환을 전망해 왔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내수시장이 침체했으나 미국향 트레일블레이저 생산이 확대된 덕이다.
결국, 사 측은 “마른 수건도 짜내야 할 상황에 1인당 2000만 원 안팎의 성과급 지급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라는 입장이다.
최종 절충안을 유리하게 끌어내기 위해 애초부터 요구안을 과도하게 상정한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성과가 없는 회사에서 수천만 원의 성과급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의미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2년 연속 임금을 동결한 노조와 흑자전환이 절실한 사 측 모두에게 힘겨운 싸움”이라며 “자동차 업계 전반에 걸쳐 장기적인 안목을 통한 현명한 판단이 이어지길 기대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