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추석 때 벌어진 다섯 가지 사건 사고
민족의 대명절 추석이다. 즐거워야 할 명절이지만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한가위 보름달 같은 분위기는 아니다. 고향에 내려가 가족을 직접 만나기 어려웠고, 경기가 어려워 속앓이한 이들도 많았다. 이처럼 매 추석이 평화로웠던 것만은 아니다. 자연재해부터 폭파사건, 무장공비 침투까지. 다사다난했던 역대 추석 사건 사고를 모아봤다.
1959년 9월 17일 추석 당일 경남을 강타한 태풍 '사라'는 역대 가장 많은 인명 피해를 낸 태풍이다. 당시 태풍 사라로 인해 849명이 사망했고, 2500여 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이재민은 37만3459명에 이르렀고, 9329척의 선박이 부서지고 1만2366동의 주택이 파손됐다.
태풍 사라는 평균 초속 45m의 강풍에 최저 기압은 952hPa로, 1904년 기상 관측이 시작된 이래 가장 규모가 큰 태풍이었다. 폭우까지 겹쳐 해안 지역에서는 강력한 해일이 일어나 남부지방 전역의 가옥과 농경지가 물에 잠겼다.
특히 6.25 한국전쟁 직후, 태풍을 위한 사회적 대비가 부족했던 시기였기에 피해는 더욱 컸다. 창원, 부산을 비롯한 남부지방의 피해가 컸다. 부산은 일반 전신전화 두절로 외부와 연락이 끊긴 채 한동안 고립상태에 빠지기도 했다.
대구 미국문화원 폭파 사건은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1983년 9월 22일 오후 9시 30분경 일어났다. 현재 경북대병원 건너편 자리인 대구시 중구 삼덕동 미국 문화원에서 정체불명의 가방 안에 있던 폭발물이 터졌다. 이 사건으로 1명이 숨지고 4명이 크게 다쳤다.
당시 경찰은 74만9777명을 용의 선상에 올려 대대적으로 수사했지만, 진범을 찾지 못했다. 이에 당국은 사건을 남파간첩 사건으로 규정하고, 경북대 학생이던 박종덕 씨 등 5명을 국가보안법 등 죄목으로 구속했다. 이들은 모두 기소돼 유죄 판결을 받았다. 당시 수사 과정에서 불법 구금, 가혹 행위 등이 벌어졌다.
진실이 드러난 건 2010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조사를 통해서였다. 피해자들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2013년 재심을 청구해 지난해 10월 무죄를 선고받았다. 폭파 사건이 발생한 뒤 36년의 세월이 지나서야 억울한 누명을 벗었다.
강릉 무장공비 침투 사건은 1996년 추석 연휴 일주일 전인 9월 18일에 일어났다. 사건이 일어난 곳은 강릉시 강동면 안인진리 해안. 이날 새벽 1시 30분경 한 택시기사가 해상에서 잠수함을 발견해 파출소에 신고했다.
잠수함에서 빠져나온 북한 승조원들은 육지로 침투했고, 이들은 곳곳에서 국군 수색대와 교전을 벌였다. 당시 잠수함에 탑승했던 북한군 26명 중 11명은 북한군 침투 조장에 의해 사망했고, 13명은 국군에 의해 사살됐다. 잠수함에 타고 있던 이들은 북한 인민무력부 정찰부 소속으로, 대좌와 상좌 등 고위급 장교를 포함해 군관 이상이었다.
우리 측 피해 역시 컸다. 군인 10명과 예비군 1명이 전사했고 민간인 4명이 사망했다. 무장공비 침투사건은 지역 주민에게도 큰 피해를 남겼다. 당시 강릉은 삼엄한 분위기에 휩싸이며 관광 수입에 큰 타격을 입었다. 농림 어업 분야에서도 피해가 발생해 약 2500억 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태풍 '매미'는 추석 연휴 막바지인 12일 밤부터 13일 새벽 사이 한반도를 강타했다. 매미는 역대 태풍 중 중심부 최저기압이 가장 낮은 태풍으로, 12일 사천 부근의 해안에서 최저 기압은 950hPa이었다. 최대순간 풍속 기록 역시 매미가 갈아치웠다. 제주와 고산 해안에서 관측된 최대순간 풍속은 초속 60m였다.
피해 규모 역시 컸다. 태풍 매미로 인해 117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13명이 실종됐다. 재산피해액은 4조2225억 원대에 달했으며, 1만975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태풍 매미는 부산항 80m 높이의 골리앗 크레인 6대를 무너뜨리기도 했다.
태풍 매미는 부산과 대구 등 영남 지방 곳곳을 강타했으며 특히 마산 지역의 피해가 컸다. 당시 마산에는 만조와 강풍이 겹쳐 5m짜리 해일이 발생해 해안가 아파트 단지와 상가를 덮쳤다. 또 마산항 부두에 있던 원목들이 바닷물과 함께 밀려와 일대에 큰 피해를 입혔다. 이후 마산에서는 매년 '태풍매미 추모공원'에서 추모제가 열린다.
추석 연휴 첫날인 2010년 9월 21일 서울을 비롯한 인천·경기 수도권 지역에 물 폭탄이 내렸다. 시간당 100m 넘는 비로 주택이 침수되거나 지하철 운행이 중단되는 등 큰 피해가 발생했다. 특히 서울에서는 하루 259.2mm의 비가 내려 9월 하순 강우량으로 관측 이래 가장 많은 비가 내렸다.
집중 호우는 북쪽의 찬 기단과 남쪽의 따뜻한 기단 사이에서 좁고 강한 정체전선이 만들어지며 생겼다. 여기에 괌 북쪽 해상에서 제12호 태풍 말라카스가 남쪽 기단을 가두면서, 비구름대 폭이 수도권 상공으로 좁혀져 국지성 폭우가 발생했다.
짧은 시간 안에 워낙 많은 비가 특정 지역에 내리며 피해가 잇달았다. 서울 지역에서 1800가구가 침수 피해를 입었고, 인천과 부천은 각각 1148가구, 3262가구가 물에 잠겼다. 벼락으로 인해 200여 가구의 아파트와 단독주택에 전기 공급이 중단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