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키트로 승기 잡은 제약바이오업계, ‘신약’ 개발 이어져야 진짜 이름값”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K바이오가 세계 무대 변방에서 중심으로 이동한 데는 ‘진단키트’의 공이 가장 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을 막는 유일한 방법은 빠른 진단과 확진자 격리뿐이었다. 이에 코로나19 사태 초반에 정부당국의 긴급사용승인, 바이오벤처기업들의 탄탄한 기술력과 신속한 투자 의사결정 등으로 진단키트의 개발과 생산에 돌입했다. 그 덕분에 다양한 증상으로 진행되는 환자군을 빠르게 가려내는 진단키트를 글로벌 시장에 선보일 수 있었고, 한국형 방역모델의 특징 중 하나인 대규모 검사도 신속히 진행할 수 있었다. 코로나19 이전만 해도 체외 진단키트 시장에서 국내업체 점유율은 1%에 불과했지만, 코로나19 이후 한국은 세계 무대에서 K방역 모범국가로 자리잡았다.
코로나19에도 불구 올들어 국내 제약바이오업계가 수출 증가세를 유지한 데는 진단키트의 활약이 한몫했다. 올해 상반기 의약품(38.1억 달러)과 의료기기(23.2억 달러) 수출액은 각각 전년 대비 52.5%, 21.5% 상승했다(한국보건산업진흥원 집계). 관세청의 품목별 수출입 실적을 보면 지난해 진단키트 수출규모는 평균 488만 달러에 불과했으나 올해 2월 수출 규모가 710만 달러로 커진 뒤 3월 2749만 달러로 껑충 뛰었고, 4월에는 1억4584만 달러로 정점을 찍었다.
보건산업(의약품, 의료기기, 화장품) 전체 수출품목 가운데 진단키트의 순위도 지난해에는 45위에 그쳤지만 올 4월 3위로 치솟았고, 5월(8386만 달러), 6월(1억22달러), 7월(6756달러) 역시 큰폭의 수출 성장세를 이어갔다. 150여 개 국으로 수출된 국산 진단키트의 최대 수출국은 브라질이다. 올들어 7월까지 브라질 수출액은 6448만 달러로 1위를 기록했고, 미국(4803만 달러), 이탈리아(3979만 달러), 인도(2557만 달러), 스페인(2195만 달러)순으로 뒤를 이었다(관세청 집계).
업계에서는 K바이오가 코로나19 위기 속에 잡은 승기를 이어가기 위해선 정부 지원과 기업 투자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우리나라가 진단키트 개발에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것은 정부가 R&D 투자, 신속승인을 적극적으로 지원했고, 바이오벤처 기업들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를 경험하며 쌓아온 기술력과 생산 시설을 활용해 신속하게 생산을 늘린 덕”이라며 “이번 코로나19를 겪으며 K바이오업계는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고 세계 무대에 K브랜드를 알릴 수 있었다. 진단키트 중심의 성장이 제약바이오 산업 전반으로 확대되려면 정부의 투자, 신속승인과 같은 규제 완화가 지속해서 뒷받침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 부회장은 “진단키트는 개발부터 론칭까지 단기간에 승부가 빨리 나는 사업이다. 하지만 제약바이오산업이 세계 무대에서 진짜 인정받기 위해선 수년이 걸리는 신약 개발 성공 케이스를 만들어내는 것”이라며 “약물에 맞는 임상 디자인을 그리며 임상시험을 주체적으로 이끄는 역량을 확보해 시장에 성공 사례를 보여주고, 투자와 도전을 이어가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