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관계 경색 탓에 '유명희' 후보 경계…나이지리아 후보는 친중파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선거 결선에 진출한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나이지리아 후보 사이에서 일본 정부가 고민에 빠졌다.
10일 일본 산케이(産經)신문은 “세계무역기구(WTO) 차기 사무총장 선거를 앞두고 일본 정부가 어려움에 빠졌다”라고 보도했다.
앞서 지난 8일 WTO 일반이사회는 대사급 회의를 통해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나이지리아의 ‘응고지 오콘조-이웰라’ 후보가 최종 결선에 올랐다고 밝혔다. 총 5개국 후보자가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6일까지 경합을 펼친 결과였다.
두 여성 후보가 나란히 최종 라운드에 진출하면서 25년 WTO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사무총장이 탄생하게 됐다.
만일 유 본부장이 최종 당선되면 첫 WTO 여성 사무총장이면서 동시에 한국인 사상 첫 WTO 수장이라는 타이틀을 달게 된다. 앞서 WTO 사무총장에는 1995년 김철수 전 상공부 장관, 2013년 박태호 전 통상교섭본부장이 출사표를 던졌으나 고배를 마신 바 있다.
이처럼 한국과 나이지리아가 각각 WTO 차기 사무총장 최종 후보를 배출하면서 일본 정부가 난관에 봉착했다는 외교가의 분석도 나온다.
일본과 관계 악화가 계속된 한국의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 친중파로 알려진 나이지리아 후보가 결선에 나섰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를 강화했다가 WTO에 제소당한 상황이어서 유 본부장의 WTO 사무총장 당선을 경계하고 있다.
나아가 친중파로 알려진 나이지리아 출신 후보가 당선될 경우 국제사회에서 일본과 각을 세우고 있는 중국의 영향력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일본 정부가 선뜻 어느 한쪽을 지지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이 시점에서 나온다.
앞서 유명희 본부장은 일본 교도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과 일본은 긴밀한 교류와 활발한 무역, 투자를 토대로 함께 성장한 동아시아 협력 파트너"라며 "한국과 일본은 자유 무역과 다각적 체제의 필요성에 대해 같은 입장"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등 일본의 지지를 호소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결선에 진출한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에게 "필요한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을 달라"고 말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이 해외방문을 마치고 8일 입국한 유 본부장과 통화하면서 총력지원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유 본부장의 결선 진출에 대해 "어려운 여건에서 선전했다. 진심으로 축하한다"며 "대통령이나 우리 정부가 어떤 부분에서 지원 노력을 해야 할지 의견이 있으면 달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