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경기 전망 ‘부정적’…온라인ㆍ홈쇼핑만 연말 특수 기대
소매ㆍ유통업계의 경기전망지수(RBSI)가 4분기 소폭 상승했다.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부진이 지속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은 아직까지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가 소매유통업체 1000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2020년 4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는 85로 집계됐다.
경기전망지수는 100 미만이면 다음 분기 경기가 이번 분기보다 나빠질 것으로 보는 기업이 더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3분기 82보다는 호전됐지만, 많은 기업들이 경기를 부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다는 점은 변함없는 셈이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온라인ㆍ홈쇼핑 업종만이 유일하게 100을 넘긴 108을 기록하며 긍정적인 분위기였다.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전 분기에 비해 소폭 상승한 96, 54를 기록했다. 슈퍼마켓과 편의점은 전 분기보다도 RBSI 지수가 하락했다.
4분기는 계절 효과와 연말이라는 특수성까지 합쳐져 전통적인 유통업계 ‘대목’이지만, 올해는 힘을 쓰기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유일하게 다음 분기 업황 호전을 전망한 온라인ㆍ홈쇼핑 업종은 겨울로 접어들며 단가가 높은 상품 주문이 늘 것으로 내다봤다. 연말이 다가오며 그간 소비자의 관심이 덜 했던 상품 매출도 오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지수가 100에 근접했던 백화점도 연말 특수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췄다. 겨울로 접어들며 의류 부분에서 패딩, 코트와 같은 고가 상품의 판매가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상반기 백화점 매출을 되살렸던 국가 판촉행사가 하반기(코리아 세일 페스타)에도 계획돼 있다는 점도 호재다.
반면 세부 업종 가운데 가장 저조한 전망치(54)를 보인 대형마트는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소비자 발길이 끊긴 상태다. 지난달 유통산업발전법 내 영업 규제가 연장되는 등 경영 활동에 부정적인 요소도 추가됐다.
‘즉시배송 서비스’와 같은 돌파구 마련에 힘을 기울이고 있으나 이커머스 업체와 경쟁해야 하는 등 부담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편의점(78)은 4분기 비성수기가 시작되면서 매출 증가세가 꺾일 것으로 예측했다. 편의점 업계는 경쟁력 확보차원에서 택배ㆍ금융 서비스 제공, 디지털 용품 판매 등 생활 밀착 플랫폼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71에서 61로 떨어지며 전 분기 대비 가장 큰 낙폭을 기록한 슈퍼마켓의 경우, 4분기 지수가 코로나19 대규모 확산 때인 2분기보다 낮았다. 신선 식품 부문에선 당일배송 업체들과 경쟁하고 있고, 간편식품은 편의점과 경쟁 구도가 벌어져 매출을 진작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 대응 방안으로는 1000개 중 절반이 넘는 업체들이 ‘비용절감’(57.6%)을 꼽았다.
뒤를 이은 답변은 ‘대응책 없음’(22.5%)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불황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마땅치 않다고 본 것이다.
특히 소규모로 사업에 종사하는 업태일 수록 대응책이 없다는 답변률이 높아 대응책 마련에 어려움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업종 또는 상품변경’(7.6%), ‘유동성 확보’(5.0%), ‘온라인 판매 확대’(2.0%) 등과 같은 자체 경쟁력 확보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한 기업은 많지 않았다.
기초 체력이 많이 떨어진 기업들이 코로나19 사태를 돌파할 기반을 마련하기 쉽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유례 없는 유통업계 침체로 대부분의 업체들이 긴급 경영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라며 “코로나19 이전부터 시작된 유통업 내 패러다임 변화가 가속화하고 있어 업계는 경기 불황 극복과 더불어 ‘포스트 코로나’를 준비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고 진단했다.
유통업계는 가장 필요한 정부 지원책으로는 ‘세제감면’(34.1%)을 꼽았다.
‘2차 재난지원금 지원’(30.5%), ‘규제완화’(25.9%), ‘경영안정자금 지원(21.3%)’, ‘고용안정자금 지원’(20.2%)이 뒤를 이었다.
강석구 대한상의 산업정책팀장은 “소비는 경기의 바로미터 역할을 하는데 유통 업황이 부진하다는 것은 소비심리가 여전히 얼어붙어 있다는 뜻”이라면서 “소비심리의 조기 회복이 쉽지 않은 만큼 기업들이 위기상황을 견디며 새로운 기회를 모색할 수 있도록 우선 현실에 맞지 않는 각종 부담금과 규제부터 개선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