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 대상 디지털 위안 첫 시험
기축통화인 달러의 지배력에 도전하려는 의도
10일(현지시간)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일반인을 대상으로 디지털 화폐인 ‘디지털 위안’ 실험에 본격 나섰다.
인민은행은 광둥성 선전시 시민 5만 명을 대상으로 인터넷 추첨을 통해 1인당 200위안(약 3만4000원)씩 총 1000만 위안의 디지털 위안을 지급한다. 참여를 희망할 경우 중국 주요 4개 은행을 통해 12일까지 신청하면 된다. 당첨 결과는 당일 발표되고 18일까지 선전 뤄후구 3389개 상업시설에서 이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디지털 위안은 비트코인을 비롯한 다른 가상화폐와 달리 중앙은행이 직접 발행한다. 중국은 현금을 사용할 필요가 없는 ‘캐시리스 사회’ 추진 일환으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개발 정도에 대해 소문만 무성하던 디지털 위안이 일반인에 공급돼 첫 시험에 들어가는 만큼 디지털 화폐 공식 발행에 한층 가까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랴오 쿤 중국 시틱뱅크인터내셔널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디지털 화폐 공급으로 일정 정도 소비 진작 효과를 볼 수 있다”면서 “더 중요한 의미는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디지털 화폐를 사용해본다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실험을 통해 금융당국은 디지털 화폐 사용처에 대한 데이터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확보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향후 경기부양 및 산업 생산 지원에도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무엇보다 중국의 디지털 위안 실험은 주요국 가운데 가장 먼저 디지털 화폐를 정식 발행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현재 세계 주요 국가들은 디지털 화폐 선점을 두고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다.
이같은 중국의 속도전에는 기축통화인 달러의 지배력에 도전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달 인민은행은 “글로벌 달러 결제 시스템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디지털 화폐를 처음으로 발행하는 국가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디지털 위안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에 대한 영향력을 높이려는 중국의 의도가 계획대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플렉스 양 바벨파이낸스 창립자는 “기술만으로 세계에서 통용될 수는 없다. 다른 국가들의 디지털 위안 수용 여부에 달렸다”면서 “화폐는 기술이 아닌 정치 문제”라고 강조했다.
중국의 속도전에 국제사회도 경계에 들어갔다. 세계 주요 7개국(G7) 중앙은행은 9일 디지털 화폐의 위상과 역할을 명시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중국의 독주를 막고 민간 디지털 화폐와의 차별성을 부각하려는 목적이다. 보고서는 “디지털 화폐는 법정통화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안정적이면서 가능한 한 저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