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보르기니 법인 구매율, 2016년 80%→올해 93% 증가…"업무용 차량 관리 기준 강화해야"
‘무늬만 초고가 법인차’가 질주하고 있다. 올해 국내에서 판매된 초고가 수입차 10대 중 9대는 ‘영업용 차량’인 것으로 나타났다. 세금을 적게 내기 위해 자동차를 법인 명의로 구매하는 꼼수를 현행법이 막지 못한 결과로 풀이된다.
12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이탈리아의 스포츠카 제조업체 람보르기니는 올해 1~9월 국내에서 227대를 판매했는데, 이 중 93.4%인 212대를 법인이 구매했다. 같은 기간 전체 수입차의 법인 구매 비율이 37.4%인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BMW의 법인 구매 비율은 36%였고, 렉서스와 푸조는 각각 32%, 23%에 머물렀다.
다른 고가 수입차 업체도 상황은 비슷했다. 롤스로이스는 116대 중 107대(92%), 마세라티는 606대 중 515대(85%)를 법인에 판매했다. 벤틀리와 포르쉐의 법인 구매비율도 각각 76%, 65%에 달했다.
이들 업체가 판매 중인 차종은 대당 1억 원이 훌쩍 넘는다. 람보르기니의 아벤타도르 SVJ 로드스터는 7억 원을 호가하고, 우라칸 에보와 SUV 우루스의 가격도 각각 3억 원, 2억 원 이상이다. 롤스로이스가 지난달 공개한 더 뉴 고스트는 4억7000만 원, 마세라티 르반떼는 2억 원 남짓이다.
국내에서 고급 수입차 업체의 판매량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람보르기니는 올해 9월까지 누적 판매량이 지난해 대비 114% 늘었고, 벤틀리 역시 191% 성장했다. 스테파노 도메니칼리 람보르기니 회장은 지난해 말 한국을 찾아 “한국 시장이 큰 잠재성이 있는 시장으로 믿고 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유독 고급 수입차의 법인 구매 비율이 높아진 배경에는 절세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점이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자동차를 회사 업무용으로 구매하면 취득세와 자동차세, 보험료 등 유지비를 세법상 회사 경비로 처리해 세제 혜택이 주어진다. 이 때문에 일부 고소득층이 법인 명의로 비싼 차를 구매해 세제 혜택을 받는 꼼수가 있었다.
정부는 이를 막기 위해 2016년부터 법인세법 개정안을 시행했다. 업무용 승용차(법인차)의 비용처리를 연간 1000만 원으로 제한한 내용이 개정안의 골자다. 1000만 원이 넘는 법인차 운영비용은 운행일지를 작성해야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현실적으로 수억 원이 넘는 초고가 수입차를 업무용으로 사용할 가능성은 작아 업무용으로 사용한 것을 입증하지 못하면 사업상 비용으로 처리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취지다.
실제로 40%대에 달했던 전체 수입차의 법인 구매 비율은 개정안 시행 이후 30%대로 내려왔다. 하지만, 초고가 수입차 시장만큼은 예외였다. 람보르기니의 법인 구매비율은 △2016년 80% △2017년 87% △2018년 90% △2019년 89%로 되레 꾸준히 높아졌다.
업계에서는 법인차 운행일지를 확인할 방법이 마땅찮고, 얼마든 자의적으로 서류를 꾸밀 수 있어 법인차의 사적 운용을 막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법인차가 사실상 탈세의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허술한 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이미 국회에서는 법인차 관리 강화를 보장하는 법인세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개정안은 법인차가 업무용으로 사용된 것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를 국세청이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다른 색상의 번호판을 사용하거나 별도 기호를 부착해 법인차임을 알 수 있게 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법안을 대표 발의한 이형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현행 고시 기준에 따르면 법인차는 개인 승용차와 구별을 할 수 없다"라며 "법인차의 사적 유용 행태가 만연한 만큼, 국토부가 더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