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증권거래소 중단 사태로 신뢰 잃어
오사카·후쿠오카 공세 강화
12일(현지시간)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스가 총리는 일본에 세계적인 금융허브를 만드는 ‘국제 금융 도시 구상’을 실현하기 위해 도쿄와 오사카, 후쿠오카 등 3개 도시의 경쟁을 유도할 계획이다. 그는 5일 닛케이와의 인터뷰에서 “도쿄의 발전을 기대하지만, 다른 지역에서도 금융 기능을 향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며 도쿄 이외의 도시를 육성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도쿄가 국제 금융 도시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왔다. 정부는 주요 금융 기관과 본사를 도쿄에 집중시키는 한편 국가전략 특구로 지정해 외국인의 체류 자격과 관련한 특례 조치를 허용하는 등 각종 혜택을 부여했다.
하지만 닛케이는 여전히 도쿄가 금융 중심지로 기능하기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영국 컨설팅사 Z/yen그룹이 지난달 발표한 국제 금융허브 순위에서 도쿄는 미국 뉴욕과 영국 런던, 중국 상하이에 이은 4위에 그쳤다. 높은 세율과 언어 장벽에 의한 생활의 어려움 등이 장벽으로 꼽혔다.
스가 총리는 “세제 개혁 조치와 함께 행정 처리 과정에서 영어 대응 문제를 속도감 있게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년도 세제 개편은 외국인 인재의 소득세나 상속세, 외국 기업의 법인세 감세를 중심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영어 대응 관련 예산도 정비한다. 그는 하나의 도시에 국한하지 않고 전국에 일률적인 세제를 도입해 그중에서 성과가 나타난 도시를 집중적으로 키우겠다는 전략이라고 신문은 설명했다.
이전부터 국제 금융허브 자리에 관심을 보였던 오사카와 후쿠오카는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오사카는 지난달 홍콩에서 철수한 일본 금융기업 SBI그룹과 연계해 오사카와 고베를 포괄하는 금융 도시로 성장하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요시타카 기타오 SBI 그룹 최고경영자(CEO)는 5일 스가 총리와 면담하며 국제 금융 도시 구상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사카는 SBI그룹과 손잡고 세제 검토와 비자 취득 절차 간소화 등을 중앙정부에 촉구할 예정이다.
후쿠오카는 지난달 외국계 금융사 유치를 목표로 한 ‘팀 후쿠오카’를 조직했다. 후쿠오카는 아시아 각국과의 지리적 근접성을 강조하는 한편 영어 응대가 가능한 시설을 확대하는 등 외국 인재 수용을 위한 환경을 재정비한다.
전통 강자 도쿄는 7일 국제 금융허브 준비 회의를 개최했으며 내년 가을 구체적으로 글로벌 금융사를 유치하기 위한 방안을 내놓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 지사는 2016년 취임 당시부터 국제 금융 도시 구상을 도쿄 성장 전략의 한 축으로 설정했다. 고이케 지사는 “국제 금융 도시를 둘러싼 경쟁이 격랑 속에 있다”며 “지금까지의 노하우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닛케이는 “결국 도쿄가 이길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면서도 “아직 향방을 알 수 없다”고 평가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국가 경쟁력을 한 곳에 집중하는 것이 위험하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1일 도쿄증권거래소 거래가 종일 중단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일어나 시장 신뢰를 잃은 것도 반전의 요소가 될 수 있다. 오사카와 후쿠오카는 스가 정권과 연줄이 닿아있지만, 고이케 도지사는 총리와 불편한 관계라 불리하다는 분석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