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3일 김종철 정의당 신임 대표를 만나 "정의당은 정의당 나름대로 특색 있는 정당이 돼야 한다"며 "여당에 편승하는 정당 노릇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과 김 대표는 낙태죄 폐지 법안, 노동관계법 등에 대해 입장 차를 드러내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 비대위원장실에 김 대표가 찾아온 자리에서 "정의당은 당명 그대로 정의를 추구하는 정당으로 부각돼야 존재가치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사람들이 실망할 수밖에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에 김 대표는 "실제로는 저희가 그렇지 않았다"며 "정의당다운 다양한 얘기를 했는데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입장, 추미애 장관 아들 입장 이런 것만 많이 보도돼서 아쉽다"고 했다.
김 대표가 "올해 처리할 법안이 낙태죄 폐지 법안"이라며 "정부에서 만든 안이 낙태 기간을 14주로 늘렸는데 여전히 그 이후에 하는 것은 범죄다. 청소년은 임신중절을 하려면 부모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어 "이걸 숨기다가 아이를 낳거나 임신 25주가 지나서 낙태된다면 큰일이 날 수 있다"며 "이 부분에 대해서는 낙태죄 폐지, 비범죄화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낙태죄 폐지를 생각해볼 수는 있는데 출생률이 저하돼서 애들이 감소하는 나라에서 너무나 이제…"라고 했다.
김 대표가 "(출생률 문제는) 다른 방향으로 해서 복지를 확충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하자 김 위원장은 "헌법재판소 판결이 있으니까 전향적으로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코로나 사태를 겪고 경제 사회 구조가 바뀌어야 하는데 제일 중요한 과제가 노동 문제"라며 "노동관계법이 일부 노동조합에 소속된 사람에게만 혜택이 가니 그 문제도 해결했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진보정당을 지향한다고 하고 의석도 180석이나 확보했기 때문에 차제에 보통 때 할 수 없는 일을 해야 하지 않나"라며 "경제 3법 뿐 아니라 노동관계법도 하자고 했는데 그것을 정의당에서 앞장서서 해줬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이 밖에 김 위원장은 "지난 2004년에서 2005년 사이에 민주노동당이 처음으로 국회에서 10석을 가질 때 심상정, 노회찬 의원에게 여러 가지 이야기를 많이 해줬다"고 떠올렸다.
김 대표가 또 "저희는 진보정당을 추구하지만 국민의힘에서 전향적이고 고민을 많이 한 것들을 전달해주면 국민에게 힘이 될 것"이라고 하자, 김 위원장은 "민주당을 진보정당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정의당에서 앞장서서 얘기해주면 우리가 같이 (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