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명시청 'AI면접체험관' 체험해보니…달라진 채용 트렌드 'AI면접'을 따라 잡아보자
기자는 12월이 지나면 비공식적으로 취업준비생이 된다. 인턴 기간이 끝나고 마는 것이다. 예비 취업준비생의 입장에서 요즘 AI(인공지능)채용이 부상하고 있다고 해서 궁금했다. AI채용은 그냥 카메라 앞에서 말을 하면 되는 것일까? AI는 사람의 무엇을 보고 좋은 면접자라는 기준을 세울까?
별거 아닌 자랑을 하자면 기자는 대학교 입시부터 동아리, 대외활동, 인턴까지 면접만 20번 넘게 경험했다. 대부분 다 합격했기에 면접은 늘 자신 있었고 AI면접관이 나를 어떻게 볼 것인가 궁금했다. 결과부터 세 줄 요약하자면,
면접 합격 가능성은 38%가 나왔다.
전체 면접 영상 중 기자의 면접 영상 순위는 하위 13%였다.
본 기자를 뽑아준 이투데이에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됐다.
어쨌든 취업준비생은 AI채용을 뛰어넘어야 한다. 잡매칭 플랫폼 '잡플렉스'에 따르면 취업준비생 745명을 대상으로 7월 29~30일 진행한 설문에서 ‘2020년 취업 및 채용 트렌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라는 질문에 ‘AI채용’(507명·68%)이 1위를 차지했다.
또한 취업 포털 '잡코리아'와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몬'의 '취업 목표기업과 취업 준비 현황'에 따르면 취업준비생 1589명에게 하반기 신입직 취업 성공을 위해 'AI채용전형에 대한 대비가 필요할까?'라고 물었을 때 64.8%는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다만 현재 'AI채용전형에 대비해 준비하는 것이 있다'는 취업준비생은 5.7%에 불과했다. 특히 이 중 53.2%는 '준비하고 싶으나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서 못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만큼 AI채용은 대기업과 공기업을 중심으로 늘어나고 있지만, 미래의 취업준비생은 대비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런 취준생들을 위해 일부 지자체에서는 AI채용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취준생을 위해 기자가 직접 광명시청에 마련된 AI채용관을 체험했다.
광명시청 일자리창출과 관계자는 광명시청이 AI채용관을 만든 이유에 대해 “대기업이나 공기업에서 AI면접을 많이 진행하고 있다. 대부분 공기업이나 대기업에서 객관적으로 면접을 보기 위해 AI면접을 시행하고 있는데 많은 구직자가 모르는 경우가 많아서 이에 맞는 취업역량 강화를 하고자 시작했다”고 말했다.
13일 기자가 방문한 광명시청 종합민원실 'AI면접체험관'에는 컴퓨터 한 대와 헤드셋이 준비돼 있었다. 이제 이 컴퓨터가 면접관이며, 내 취업의 성패를 가를 핵심이다.
단순히 컴퓨터가 아닌 면접관이라고 생각하자 다소 떨렸다. 광명시청은 AI면접 프로그램 '뷰인터'라는 곳과 협약하고 있었다. 뷰인터 홈페이지에 들어가니 모의면접과 면접연습 단계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었다.
기자는 자신 있게 면접연습을 눌렀다. 면접연습에는 국내 대기업과 공기업의 AI 면접 질문이 쓰여 있었다. 솔직히 기사 쓸 때 광고하는 거 같아 보일까봐 그냥 무작위로 질문을 골라주는 모의면접을 이용했다.
AI 면접체험관 담당자는 "질문 답변 시간은 30초와 60초, 90초로 나눌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자는 면접 때 말이 상당히 많은 타입이지만 아무래도 한 질문을 90초 동안 답하기는 어려울 거 같아서 60초로 시간을 설정했다.
손에 작은 헤드셋이 쥐어졌다. 조금 떨렸는데 여러 가지 팁을 들을 수 있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팁은 '화면을 보는 게 아니라 카메라를 봐야 한다'는 것이었다. 속으로 '당연한 거 아닌가?'라고 생각했는데 면접을 시작하자마자 무슨 소리인지 알게 됐다. AI 면접관은 한 번에 매우 많은 질문을 했다.
어찌어찌 대외활동을 했던 기억을 떠올려 답했다. 면접 답변은 너무 많은 신상 정보를 담고 있어 도저히 기사로 담아낼 수 없었다. 카메라는 분명히 AI면접관의 눈인데 기자는 자꾸 화면 속 질문에 집중이 됐다. 그렇기에 눈을 꾸준히 아래로 내리깔았다. 카메라에 집중하는 것이 생각보다 어려웠다. 기자는 참고로 눈을 마주 보는 것을 정말 좋아한다. 박준 시인의 낙서라는 시엔 "봄날에는 사람의 눈빛이 제철"이라는 구절이 있다. 기자는 그 문장을 믿는 편이다.
아무튼, 카메라를 보고 말하다 보니 오히려 무의식적으로 카메라와 눈 마주치는 걸 거부하게 됐다. 카메라와 대화하는 기분이 들었고 영화 ‘HER’에서는 어떻게 AI와 사랑에 빠지게 된 것일까? 궁금증이 생겼다. 카메라와 눈을 맞추는 게 면접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
가장 신기했던 것 중 하나는 AI면접관은 내 '머리 움직임'까지 지켜본다는 것이다. 고개를 까딱거리거나 끄덕이는 것들 모두 AI면접관은 지켜보고 평가했다. 솔직히 AI면접관이 신기해서 고개를 갸웃거린 건데 살짝 억울했다. 앞으로 면접 보러 갈 때 아예 머리 움직임을 없애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질문은 "그 아이디어는 어떻게 떠올리게 되었습니까? 그리고 실제로 그 아이디어를 어떻게 적용했습니까? 적용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요? 있었다면 어떤 점이었는지 설명해주세요"였다.
1분 동안 대답해야 하는데 질문이 너무 많았다. 기자가 떠올렸던 아이디어와 적용법, 그때의 어려움을 이야기하기엔 어렵다고 생각했다. 결국 생각이 많아졌다. 질문들을 다시 읽어보면서 생각을 정리했고,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답했다. 이게 어쩔 수 없는 게 기자의 습관이다. 당황할 때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하는 것. 앞으로 AI면접관을 만나면 조심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기자에겐 많은 표정이 있지만 작은 카메라로 나를 바라보는 AI를 상대로 미소 짓기 위해선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항상 면접관 앞에선 미소를 지으라고 했는데, AI면접관 앞에서 미소 짓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화면 속에선 눈은 안 웃는데 입꼬리만 올라가 있었다. 직전에 들은 노래가 기자의 감정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은데 하필 직전에 들었던 노래가 래퍼 씨잼의 ‘포커페이스’였다.
AI면접관은 냉철하게 분석했다. 기자의 표정 변화를 분석하면서 "면접 영상에 무표정한 표정이 많다. 무표정한 표정 혹은 부정적인 표정이 많을 경우 면접관에서 좋은 인상을 남기기 어렵다"고 했다. 질문을 받으면서 최대한 웃으면서 진행했는데, 왜 무표정이 많다고 했는지 깨달았다. 웃는 게 참 어려웠다. 아무튼, AI면접관은 표정 변화까지도 볼 수 있었다.
오늘의 결론은 어찌 됐든 AI면접은 아직 많은 구직자에게 어색할 수 있겠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취준생은 더 많은 준비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업 면접에 들어가기 전 AI면접이 있다면 확실히 준비하고 들어가자. 사람이 보는 면접과 다르게 AI면접은 답변 내용은 물론, 시선 처리와 머리 움직임, 음성 높낮이, 음성 크기, 표정 변화로 본 감정까지 모든 걸 본다. 이런 습관을 모두 고쳐야 변화하는 4차 산업혁명에 맞춰 진정한 면접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나마 위안받은 점은 친화성이 높다고 나타난 점이다. 타인과의 접촉이 잦은 직무에서 적합하니까, '기자가 적성에 맞는구나'라고 생각하며 안도했다.
광명시청 'AI면접체험관'에 방문하려면?
광명시청 'AI면접체험관'은 매주 화~금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한다. 광명시 거주 구직자라면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AI면접체험관 담당자로부터 AI면접의 진행방향에 대해 친절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앞으로 더 좋은 시설로 꾸려 나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