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동지중해 가스전 개발 추진에 생각 일치
‘경제 위기’ 레바논, 막대한 부채 탕감 기대
14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과 레바논은 미국의 중재로 이날 레바논 남부 국경도시 나쿠라 근처 유엔 기지 ‘라스 나쿠라’에서 동지중해 해상 경계 분쟁에 대한 회담을 개시했다. 회의는 한 시간 남짓 진행됐으며, 이들은 이달 28일 제2차 협의의 장을 마련하기로 했다. 미국은 이번 회담에 대해 “생산적인 협의를 했다”고 평가했지만, 당사자인 양측은 “양국 관계 정상화가 아닌 순전히 기술적인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두 나라는 이스라엘 건국으로 촉발된 1948년 제1차 중동 전쟁 이후 종종 전쟁을 벌여 왔다. 2006년에는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이슬람 시아파 조직 헤즈볼라 간에 대규모 전투가 벌어지기도 했다. 현재까지도 양측은 외교 관계를 맺지 않았으며, 기술적 전쟁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두 나라는 지중해로부터 860㎢ 면적을 각자 배타적 경제수역에 속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레바논은 자기 수역을 10개 블록으로 나눴는데, 이 중에서 3개 블록이 이스라엘과 분쟁 중이다.
이처럼 오랜 숙적인 양측이 마주 앉게 된 데에는 경제적 이유가 바탕에 깔려있다. 양국이 접한 동지중해에서는 가스전이 잇따라 발견되고 있는데, 각각 개발을 추진하려는 양국의 생각이 일치한 것이다. 특히 경제 위기를 겪고 있는 레바논 당국은 영해에서 석유와 가스를 발견하면 경제 위기 극복은 물론, 국내총생산(GDP)의 170%에 해당하는 막대한 부채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해 초 해안 시추를 시작한 레바논은 수개월 안에 분쟁 지역의 가스 시추를 시작하길 희망하고 있다. 다만 레바논 국내에서 헤즈볼라 등이 반발하고 있어 합의에 이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스라엘은 이미 경제 수역 내에서 천연가스 개발에 돌입한 상태다. 이스라엘은 “정치적인 협의로서는 약 30년만”이라며 합의에 의욕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제 사회에서는 양측의 이번 해상 경계 분쟁에 대한 회담이 다른 분야로 확대, 두 나라의 관계 개선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기대감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