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ㆍ포드ㆍ스타트업 등 전기 픽업 출시 예고…국내 배터리ㆍ부품 기업에 호재
미국 자동차 업계가 전기 픽업트럭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픽업이 미국에서 인기 있는 차종인 만큼, 인지도와 기술을 바탕으로 경쟁력 있는 신차를 내놓으면 전기차 시장을 선점한 테슬라에 대항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20일 외신을 종합하면 제너럴 모터스(GM)의 상용차 브랜드인 GMC는 이날(현지시간) ‘허머 EV’를 공개한다.
미국에서 군용으로 사용되던 ‘험비’를 민간용으로 제작한 ‘허머’는 거대한 차체와 오프로드 주행 성능으로 마니아층을 형성한 차종이다. 환경 규제 강화와 수익성 악화로 2010년 단종됐는데, 10년 만에 전기 픽업트럭으로 돌아온 것이다.
GMC 측은 허머 EV가 1000마력의 최고출력과 약 1590㎏ㆍm에 달하는 토크를 낼 수 있다고 밝혔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주행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3초에 불과하다. 허머 EV는 내년 가을께 공식 출시될 예정이다.
GM은 쉐보레 브랜드에서도 전기 픽업을 출시할 계획이다. 최근 발표한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통해 GM은 쉐보레 전기 픽업을 선보이겠다는 계획을 공식적으로 처음 밝혔다.
GM은 해당 전기 픽업이 1회 충전 시 400마일(약 640㎞) 이상을 주행할 수 있을 것이라 설명했다. 구체적인 차체 크기에 대한 언급은 없었지만, 외신은 전기 픽업이 쉐보레 ‘실버라도’와 유사한 형태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실버라도는 한국지엠이 미국에서 직수입해 판매하는 콜로라도보다 차체가 더 큰 대형 픽업이다.
포드 역시 픽업 베스트셀러인 F-150의 전기차 모델을 2022년에 선보인다. 포드는 F-150 전기차가 500톤 규모의 트레일러를 끄는 모습을 공개하며 해당 모델이 기존 가솔린 픽업의 성능을 능가할 수 있음을 내비쳤다.
전기차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스타트업도 픽업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리비안(Rivian)이 대표적이다.
리비안은 지난해 아마존, 포드 등 다수 기업에 25억 달러(약 2조8487억 원)를 투자받았고, 아마존으로부터 10만 대의 배송용 전기차를 주문받아 관심을 끈 기업이다.
일리노이주에 있는 미쓰비시 공장을 인수해 중형 전기 픽업 'R1T' 생산을 준비 중인 리비안은 내년 여름께 공식 출고를 예고한 상태다.
미국 자동차 업계가 연이어 전기 픽업 생산에 뛰어든 데에는 현지 시장에서 픽업이 갖는 위상과 테슬라를 견제하려는 판단이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픽업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는 자동차 업계가 테슬라에 픽업 시장만큼은 내어줄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픽업은 미국 소비자의 꾸준한 선택을 받는 ‘스테디셀러’이자 ‘베스트셀러’다. 지난해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차종 1~3위는 모두 픽업이었고, 올해 상반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신차 판매가 줄어드는 와중에도 픽업만큼은 판매가 늘었다.
미국 전기차 시장을 휩쓸고 있는 테슬라는 픽업 ‘사이버트럭’을 선보여 전체 전기차 시장 장악력을 높이려 하고 있다. 테슬라의 올해 상반기 미국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81%에 달한다.
미국 자동차 업계의 전기 픽업 경쟁은 전체 전기차 시장을 넓혀 국내 기업에도 호재가 될 전망이다. 이미 다수의 국내 기업이 전기 픽업 관련 배터리와 부품을 수주한 상태다.
GM이 생산할 전기 픽업에는 이 회사가 LG화학과 함께 개발한 ‘얼티움(Ultium)’ 배터리가 장착될 예정이다. 포드가 내놓을 F-150 전기 픽업의 배터리는 SK이노베이션이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리비안은 삼성SDI의 배터리를 공급받아 아마존에 납품할 전기 밴을 제작한다. 현대차그룹의 부품 계열사 현대트랜시스는 리비안에 1조 원 규모의 시트를 공급하는 계약을 맺기도 했다.
고정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SDI의 리비안 R1T 향 2차전지 공급 계획이 언론 보도됐고, LG화학은 GM 허머 향 2차전지를 LG-GM 합작 공장에서 공급할 예정이어서 이들 기업의 수혜를 예상한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