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네바다주 카슨시티 공항에서 열린 대선 유세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카슨시티/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번 대선에서 패하면 타격을 입을 사람은 트럼프 대통령 한 명만이 아니다. 파격적이고도 과격한 그의 퇴진을 환영하는 정부도 많지만, 반대로 이를 아쉬워할 나라도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교체된다면 터키와 북한, 이스라엘 등은 조만간 홍역을 치르게 될 수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바라고 있을 5명의 국가 수장을 꼽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함경남도 신포와 홍원군 등 동해안 태풍 피해 복구 현장을 연달아 시찰했다고 조선중앙TV가 15일 보도했다. 조선중앙TV 화면 캡처. 연하뉴스
그 첫 번째 주자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다. 트럼프 정권 들어 미국의 대외관계에 있어서 대북관계만큼 변화한 것은 없다고 블룸버그통신은 평가했다. 협박과 모욕에 대한 응수로 시작된 관계는 3차례의 직접 회담과 20여 통의 서한을 주고받는 데까지 발전, ‘이상하고도 훌륭한’ 궁합을 뽐냈다. 다만 극적으로 변화한 미국의 접근방식에도 북한의 비핵화는 실현되지 못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맞수인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아무런 전제 조건 없이 김 위원장을 만날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혀 북한 경제를 괴롭히고 있는 제재의 조기 해제는 갈수록 요원해질 전망이다.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와 별도로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면담을 하고 있다. 오사카/AP연합뉴스
무하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도 트럼프 대통령의 패배를 바라지 않을 인물 중 하나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첫 해외 순방지로 사우디를 택했으며, 사우디 측도 국왕인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디가 공군기의 축하 비행이 펼쳐지는 가운데 공항에서 직접 그를 맞이하는 등 ‘국왕급’ 환대로 화답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의 숙적인 이란과 맺은 핵 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탈퇴하는 등의 행보를 보였고, 무함마드 왕세자는 이 과정에서 많은 혜택을 누렸다. 무함마드 왕세자가 2018년 사우디 출신의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의 살해 사건에 연관됐다고 의심을 받았을 때도 트럼프 대통령은 그를 개인적으로 감쌌으며, 제재를 요구하는 의회의 결의에도 반대했다. 사우디 지도자들은 바이든이 대권을 잡게 되더라도 양국 관계가 잘 유지될 것이라 자신하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퇴임 시 미국은 인권 중시 등 기존의 노선으로 회귀하는 한편, 탈퇴한 이란과의 핵 합의에도 복귀할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2019년 12월 4일(현지시간) 영국 왓퍼드에 있는 한 호텔에서 열리는 연례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왓퍼드/로이터연합뉴스
무함마드 왕세자 이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비호를 의지하는 해외 지도자가 있다면 그건 바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일 것이다. 터키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임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제 지대공 미사일 방어시스템을 사들이기로 했다. 미국 의회는 제재를 가하려 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사실상 혼자서 반대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맞수인 바이든은 과거 터키 야당에 대한 지지를 호소한 바 있으며, 터키에 대한 제재 준비도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4일 광둥성 선전에서 개최된 선전경제특구 40주년 경축 행사에서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선전/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이 누구보다 공격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도 그의 재선을 은근히 바라는 국가 중 하나다. 득실을 따지자면 바이든의 승리보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승리가 더 유리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지정학적 야심을 달성하는 데 제약이 되고 있다고 생각되던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체제를 완전히 뒤흔들어놨다. ‘미국 우선주의’의 정책을 추구하기 위해 국제적 합의에서 탈퇴하면서,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위상이 추락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는 무역에서부터 기후변화에 이르기까지 모든 문제에서 리더십의 공백을 메울 기회가 생겼던 셈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모스크바 외곽 노보오가료보 관저에서 외교정책 전문가 화상 콘퍼런스에 참석하고 있다. 모스크바/AP연합뉴스
러시아는 2016년 미국 대선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았고, 미국에서는 이에 대한 공식 조사도 이뤄졌다. 그런데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몇 가지 점에서 이득을 취한 듯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가치나 독일 등 동맹국의 지위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오시프 스탈린 이후 역대 소련 및 러시아 지도자가 쐐기를 박으려고 계획했던 미국과 유럽의 관계가 벌어진 것이다.
다만 푸틴 대통령은 원했던 만큼의 구체적인 성과는 거의 얻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에 대한 제재는 해제되지 않았고, 군축 역시 진전이 없다. 러시아 당국자는 우선 관계 개선 전망은 어렵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특히나 바이든 정권하에서는 더욱 그럴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밖에 트럼프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가까운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은 미국의 여론 조사가 바이든 후보 쪽으로 기울어짐에 따라 향후 대미 관계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유럽 내에서는 폴란드와 헝가리 정상이 트럼프 대통령과 관계와 가까우며,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공개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를 표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