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가치 악용…우려 섞인 시선도"
‘바이오’를 새로운 먹거리로 선택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연평균 9.8%의 성장률을 이어가며 차세대 먹거리로 주목받는 만큼 기존 사업의 시너지를 기대하며 바이오 산업을 신성장 돌파구로 삼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오리온홀딩스는 중국 제과 사업 노하우를 발판 삼아 중국 바이오 시장에 진출한다. 오리온홀딩스는 중국 국영 제약기업 ‘산둥루캉의약(이하 루캉)’과 각각 65%, 35%의 지분을 투자해 ‘산둥루캉하오리요우생물과기개발유한공사’(가칭)라는 합자법인을 세운다.
오리온홀딩스는 우선 국내 바이오 기업을 발굴해 중국 진출을 돕는 지원사격 역할에 나선다. 합자법인을 통해 국내 바이오 기술에 대한 중국 내 임상 및 인허가를 추진하고, 루캉은 중국 현지에서 제품 생산 및 판매를 맡는다.
오리온홀딩스가 처음 지원사격에 나선 업체는 수젠텍과 지노믹트리다. 오리온홀딩스는 발병률이 높은 암 중증질환과 전염성 질환 등을 조기 발견하는 ‘진단키트’를 중점 사업영역으로 선정했다. 1차적으로 바이오 진단 전문기업 ‘수젠텍’의 결핵 진단키트와 ‘지노믹트리’의 대장암 진단키트의 중국 내 인허가를 추진하고 판매할 계획이다.
오리온홀딩스 측은 “중국에서 오리온이 구축한 브랜드 파워, 신뢰도, 사업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한국의 우수한 바이오 기술을 선보이면 국내 바이오 산업 성장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라며 “투자 비용이 낮은 진단키트 분야부터 시작하지만, 궁극적으로는 합성의약품 신약개발 등 사업을 확대하고, 바이오 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해 글로벌 식품·헬스케어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7월 바이오 사업 진출을 선언한 인터파크는 지난달 후보물질을 이전해 연구개발에 돌입했다. 인터파크 자회사 인터파크바이오컨버전스는 표적 및 면역항암제 개발 전문 기업인 비씨켐과 항암 신약 후보물질 기술이전 계약을 맺었다. 인터파크바이오컨버전스가 도입하는 항암 신약 후보물질의 치료 기전은 전 세계에서 아직 승인된 약물이 없는 신규 기전이다. 인터파크바이오컨버전스 면역항암제 분야로 내년 말 선진국에서 임상 시험을 개시하는 것이 목표다.
인터파크는 부설 인터파크바이오융합연구소를 운영하다 7월 31일 인터파크바이오컨버전스를 설립해 사업 진출을 본격화했다. 뒤늦게 사업에 진출한 만큼 인터파크바이오컨버전스는 ‘컨버전스’ 방식을 택해 운영 효율을 극대화한다. 자체 기술, 연구 이력 중심의 기존 신약 개발 방식과 달리 트렌드 분석과 의료 현장의 실제 니즈를 반영해 시장이 필요로 하는 신약을 능동적으로 선정한 후, 그에 최적화된 기술과 인력들을 모으고 융합해 프로젝트 단위로 운영한다.
이 외에 지난달 CEO 직속으로 디지털ㆍ바이오헬스 조직을 신설한 KT는 체외진단 전문기업 '미코바이오메드'와 양해각서(MOU)를 맺고 디지털 바이오 헬스케어를 새로운 먹거리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금호전기도 지난달 바이오 기업인 메가바이오숲과 MOU 체결을 통해 바이오 사업 진출을 공식화했다.
기존에도 바이오 사업 진출을 선언한 기업이 여럿 있었지만, 성과를 내기 전 사업을 중단하는 바람에 이종업계의 바이오 사업 진출에는 기대와 우려의 시선이 공존한다.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 ‘에이코넬’은 2018년 바이오 사업 진출을 위해 ‘아리바이오’ 지분을 취득했다가 지난해 전량 처분했고, 전자부품 자동차 생산시설 설비업체 ‘인터불스’ 역시 바이오 업종으로 사업을 다각화하겠다고 밝히며 미국 항암제 개발업체 ‘윈드밀’을 인수했지만 1년 만에 바이오 사업을 접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이종 업계의 진출은 바이오 산업에 새로운 가능성이 있다는 방증이라 환영한다. 그간 제약에 한정된 산업이 디지털 헬스케어로 확대되면서 접근 가능성이 높아진 것도 한몫한다”라며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를 찾아 바이오와 협력하다 보면 바이오 산업 체력도 올라가는 장점이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투자 가치를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바이오 산업 진출을 악용하는 건 경계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