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국내외 경기불황이 장기화되면 기업 간 M&A가 활발해진다. 어려워진 기업은 지분을 팔며 현금을 확보하고, 일시적으로 낮아진 가치로 지분을 사들이는 기업들은 중장기적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다.
CEO스코어에 따르면 국내 500대 기업이 올해 8월까지 M&A 쓴 금액은 11조4500억 원이다. 지난해 1년간 11조7000억 원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블룸버그통신은 9월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의 M&A 규모는 3분기 3901억 달러(약 458조 원) 수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가량 증가할 것으로 추산했다. 분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중공업계에서는 STX와 현대중공업 등이 M&A 딜을 진행하고 있다.
STX 컨소시엄은 최근 피케이(PK)밸브와 흥아해운을 잇따라 인수했다. STX 컨소시엄은 ㈜STX의 자회사인 STX 마린 서비스와 사모펀드(PEF) 운용사 APC PE로 이뤄져있다.
피케이밸브는 국내 1위 밸브 제조사다. 액화천연가스(LNG) 선용 초저온 밸브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STX는 국제해사기구(IMO)의 친환경 규제와 정부의 '그린 뉴딜' 정책 등으로 LNG 시장이 확대하는 중에 선제적으로 관련 업종에 손을 뻗은 것이다.
앞으로 STX 컨소시엄은 피케이밸브를 △핵심사업 역량 강화 △국내외 EPC(설계ㆍ조달ㆍ공사) 확보 △신기술 개발 및 제품군 다각화 등으로 세계적인 밸브 전문기업으로 성장시킬 계획이다.
STX 컨소시엄의 관계자는 "앞으로 경쟁력 있는 국적 해운사 흥아해운㈜까지 원활히 인수 완료해 3사 간의 시너지 극대화를 도모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중견 선사인 흥아해운과도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흥아해운은 화학제품 운송에 강점이 있다. 고부가가치 케미컬 탱커 선박 20여 척을 운항하고 있다. ㈜STX는 흥아해운의 화학제품 운송 노하우와 자사의 선박 해운 산업에 대한 전문성의 시너지를 바탕으로 해운 산업의 수직계열화를 완성할 계획이다.
STX 컨소시엄 관계자는 “APC PE의 투자 역량, STX가 보유한 글로벌 네트워크 그리고 흥아해운의 사업 경쟁력 간의 화학적 결합을 통해 ‘해상 비즈니스 플랫폼’을 구축하고 나아가 해운산업 재건에도 이바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지주는 한국산업은행인베스트먼트(KDBI)와 국내 건설기계 1위 업체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전에 참여했다.
현재 국내 건설기계 시장에서 두산인프라코어의 점유율은 약 40%로 1위다. 그 뒤로 현대중공업지주의 계열사인 현대건설기계와 볼보건설기계가 20~30%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현대중공업그룹이 인수전에 성공한다면 두산인프라코어를 인수한 현대건설기계가 60~70%의 압도적인 시장점유율을 차지할 전망이다.
이 인수전에는 GS건설 컨소시엄, 유진그룹, 글랜우드PE, MBK파트너스,이스트브릿지파트너스 등 여러 업체가 참여한 상황이다다.
LG화학은 석유화학 부문에서 사업기회를 발굴하기 위해 M&A을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LG화학은 지난달 21일 '2020년 3분기 결산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석유화학 부문 M&A의 경우) 신흥 시장에서의 기회는 많지 않다"면서도 "장기간 이 분야에서 사업기회을 발굴하기 위해 지속해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 일부 중요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상세 타당성 검토에 들어갈 것"이라며 "내년에는 실질적으로 신흥시장에서 고부가합성수지(ABS)나 니트릴라텍스(NBL) 등 고부가 제품 중심으로 플러그 앤 플레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롯데케미칼도 경쟁력 강화를 위한 M&A를 지속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신동민 회장은 3월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적극적인 M&A를 통해 그룹의 핵심 축인 석유화학 사업을 육성하겠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롯데케미칼은 3월과 4월 두 차례에 걸쳐 일본 화학기업 쇼와덴코의 지분 4.46%를 1617억원에 사들였다. 쇼와덴코는 반도채 소재를 포함한 고부가가치 소재에 강점이 있다.
롯데케미칼은 2분기 컨콜에서 글로벌 에너지화학 기업 사솔의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은 데 대해 “비밀 준수계약에 따라 상세한 내용을 말하긴 어렵지만, 가격과 경영권 이슈 등 내부적인 전략 방향성과는 부합되지 않았다”면서도 "유사 형태의 매물이 나오면 전략과 부합된다고 판단될 시 적극적으로 인수합병(M&A)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에서도 관련 지원을 약속했다. 정승일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은 2일 '화학산업의 날'에서 글로벌 산업재편에 대응하기 위해선 고부가가치 구조로 전환이 필요하다"며 "화학분야 신기술에 대해 R&D 투자 세액공제와 M&A 세제지원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