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법안 반대의견 법무부 상사법무과에 제출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 확대 도입을 재고해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소비자 구제라는 입법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회복이 불가능할 정도의 경영상 피해를 끼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경총은 6일 집단소송법 제정안, 상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의견을 법무부 상사법무과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집단소송법과 관련해선 △집단소송 제기 시 기업경영 큰 타격 △무리한 기획소송 남발 △소송 전 증거조사 등으로 인한 핵심 정보 유출 가능성 △원고 주장ㆍ입증책임 대폭 완화에 따른 기업 법적 리스크 증가 등이 우려된다는 주장이 포함됐다.
경총은 "대기업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소송대응력이 취약한 중소·벤처·영세 기업들은 막대한 소송비용 등 금전적 부담으로 인해 생존 위협을 더 크게 받고, 파산에 이를 수도 있다"라며 "법조 브로커, 직업적인 소송원고, 변호사업계의 과당경쟁적 소송, 거액의 합의금을 노리는 외국의 집단소송 전문로펌까지 가세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정부안의 기초가 된 집단소송제를 시행하고 있는 미국 내 부작용도 열거했다.
경총에 따르면 미국에서 1995년부터 2014년 초까지 제기된 집단소송은 4226건으로, 40% 이상의 상장기업이 집단소송을 경험했다. 이 중 1456건의 소송이 합의가 완료됐지만, 소송 소식이 알려진 뒤 주가가 누적 기준 4.4% 하락했다.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2620억 달러(293조6000억 원) 수준이다.
그러면서 "정부안처럼 미국식 집단소송제를 그대로 법률로 수용한 사례는 영미법계 국가에서도 드물다"라며 "대륙법계 체계에 기반한 우리나라도 유럽이나 일본처럼 미국식이 아니라 공동소송, 제한적인 단체소송제 등 현행제도들을 보완ㆍ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담고 있는 상법 일부 개정법률안에 대해선 △악의적 의도를 가진 소비자·업체들의 부당한 소송 가능성 증가 △소송 남발 가능성으로 인한 방어적 경영활동이 불가피한 환경 구축 △영세사업체에 끼칠 수 있는 폐업 위기 △국내 법체계에 혼돈 초래 등을 이유로 반대 의사를 표했다.
경총은 "제품 구매 후 고의로 악성 민원을 제기하는 ‘악의적 소비자 행태’는 디지털기술 발달로 교묘히 진화하는데, 징벌적 손해배상의 대상이 모든 상거래행위로 일시에 전면 확대되면 소송 오ㆍ남용으로 인한 경제ㆍ사회적 피해는 훨씬 심각해질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2개 법안 동시 입법 추진은 어느 때보다 저성장ㆍ디지털 기술 진전에 맞춰 기업들이 전략적인 경영 활동에 집중해야 할 시점에서 오히려 도전적인 혁신기술과 신상품 및 서비스 개발을 주저하게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충분한 논의 후 제도 도입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 경총의 주장이다.
경총은 "팬데믹 장기화로 인한 국내외 경제 및 기업 여건들을 고려해야 한다"며 "세계 각국 집단적인 피해구제제도에 관한 입법례를 심도 있게 검증ㆍ연구하고, 공감대를 형성한 이후 확대 도입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