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친일 화가 그린 100원 동전 이순신 영정 교체 검토
1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현충사관리소가 100원 동전 속 이순신 영정에 대해 정부 표준영정 지정 해제를 신청함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 영정동상심의위원회에서 해제를 심의 중이다.
한은 관계자는 "화폐 도안의 위인 초상에 대한 정부의 표준영정 지정이 해제되면 도안 변경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장우성 화백이 그린 충무공 영정은 1983년부터 100원짜리에 새겨져 왔다.
5000원권(율곡 이이), 1만 원권(세종대왕), 5만 원권(신사임당) 속 정부 표준영정의 경우 이이와 신사임당 영정은 김은호 화백이, 세종대왕 영정은 김기창 화백이 그렸다. 이들은 2009년 대통령 직속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로부터 친일반민족행위자로 분류됐다.
이들 지폐는 현재 표준영정 지정 해제 신청이 접수되지 않아 당장 정해진 것은 없다. 다만 박양우 문체부 장관은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충무공 영정 외에 나머지 친일 논란이 있는 화가가 그린 영정 13위를 소유주의 신청 없이도 문체부가 지정 해제할 수 있을지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향후 영정 변경을 위한 지폐 변경 가능성이 커졌다. 한은은 3종의 지폐를 바꾸는 데는 약 4700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했다.
이에 따라 화폐의 액면 단위를 낮은 숫자로 변경하는 리디노미네이션(Re-denomination)에 대한 주장이 지난해에 이어 다시 수면 위로 오를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미국 달러와의 교환 단위가 천 단위인 나라는 한국뿐이다. 일본이나 중국도 백 단위의 달러 교환 단위를 쓰고 있다. 교환 단위가 낮을수록 경제적 위상이 높은 국가로 인식되고 환율의 안정성도 높아진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리디노미네이션 논의를 할 때가 됐다”며 화폐 개혁 논의에 불을 지폈다. 리디노미네이션을 한다면 현재 1000원을 1환으로 바꾸는 방안이 유력하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이 같은 리디노미네이션을 추진할 경우 업무처리 간소화로 인한 비용절감, 자기앞수표 발행 등 관리비용을 감안하면 5년간 약 3조 원을 절감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박승 전 한은 총재는 지난해 5월 13일 국회에서 열린 리디노미네이션 토론회에서 “지금 안 해도 언젠가 해야 하는 일이고 시기의 문제”라고 말하며 한은을 지원사격했다.
리디노미네이션을 반대하는 쪽에서 주장하는 물가 상승 우려도 현재 0~1%대인 저물가인 상황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한은과는 달리 기획재정부는 반대 입장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사회적 충격도 큰 사안이고 국민적인 공감대도 필요하며 사전 연구도 필요하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화폐단위를 바꾸기 위한 법적 절차는 복잡하다. 통화단위를 규정하고 있는 한은법뿐만 아니라 조폐규정과 교환비율 등도 정해야 하고 현금인출기(ATM)와 같은 전산상 법적 기준도 변경이 불가피하다. 또 위변조 방지를 위한 기준도 변경된다. 한은 이를 위한 준비 기간만 약 10년 넘게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은은 리디노미네이션을 위한 비용이 최소 2조6000억 원에서 최대 10조 원까지 추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