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리테일과 GS홈쇼핑의 합병에 대해 유통가에서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반응은 양 갈래로 나뉜다. 온·오프라인 통합 플랫폼 구축에 따라 시너지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있는 반면, GS홈쇼핑의 온라인 사업이 눈에 띄지 않는 데다 이종 유통 플랫폼이 합쳐져 성과를 낸 적이 없다는 점에서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양사의 합병이 성사되면 단순 합산으로 자산 규모만 8조 원대에 이르고, 매출은 10조 원이 훌쩍 넘는 또 하나의 유통공룡이 탄생하게 된다. 연간 매출 10조 원은 전통 유통 강자 중에서도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등을 한 데 모은 롯데쇼핑(작년 17조 원)과 이마트(작년 19조 원) 뿐이다. 신세계와 홈플러스도 6~7조 원 수준이다.
예상치 못한 파격적인 결합인 만큼 일단 업계에서는 놀라운 결정이라는 반응이 대체로 많다. 한 편의점 관계자는 “상상도 못한 합병”이라면서 “편의점 업계에서는 유일하게 유통 공룡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새로운 유통사의 탄생을 축하한다”고 말했다.
우선, 오프라인 유통업계의 부진이 계속되는 와중에 GS그룹이 적절한 시기에 온·오프라인 통합이라는 카드를 꺼냈다며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실제 지난해 3월 이마트는 SSG닷컴을 분사해 온라인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었고, 불과 한달여전 올해 인사에서 이갑수 전임 대표 자리를 물려받은 강희석 이마트 대표에게 SSG닷컴도 함께 이끌게 했다.
롯데그룹 역시 올해 초 ‘롯데온’을 정식 론칭하고, 롯데백화점과 마트, 슈퍼, 세븐일레븐과의 온ㆍ오프라인 시너지를 노리고 있다. 오프라인 유통사의 배송망을 활용하고 점포를 배송 거점 및 물류창고로 이용하는 점이 대표적이다.
GS리테일 통합법인도 GS리테일이 보유한 전국 점포망과 물류 인프라를 통해 TV홈쇼핑과 모바일 커머스의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개선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홈쇼핑과 편의점의 물류센터를 공유함으로써 주요 거점과 점포망을 아우르는 촘촘한 물류망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아울러 홈쇼핑 자체 브랜드의 편의점 상시 판매도 가능해지고, 특히 홈쇼핑으로 주문하고 전국에 모세혈관처럼 뻗어 있는 편의점 점포에 들러 물품을 찾는 O2O 서비스도 가능해진다. 아마존이 아마존고와 아마존프레시, 홀푸드와 같은 오프라인 점포로 확장한 것과 유사한 형태다. 특히 GS홈쇼핑의 방송 경험을 살려 GS리테일이 최근 급팽창하는 라이브커머스(라방) 역량을 높일 수도 있다.
한 홈쇼핑 관계자는 “오프라인 유통업의 성장 동력이 고갈되어 가고 있는 시점에 GS리테일이 살아남을 방안을 제시한 것”이라면서 “홈쇼핑으로서는 좋은 선택을 한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이커머스 관계자는 “쇼호스트를 확보하고 있고, 콘텐츠 능력이 증명된 만큼 라이브커머스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정적인 평가도 만만치 않다. 온·오프라인 융합이라고 보기에는 GS홈쇼핑의 온라인 사업이 부각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GS홈쇼핑은 GS샵을 통해 온라인몰 사업을 하고 있지만, 쿠팡과 이베이를 비롯해 네이버쇼핑, 카카오커머스까지 뛰어든 치열한 이커머스 시장에서 점유율은 미미하다. 특히나 GS홈쇼핑의 주력 사업은 홈쇼핑으로 TV시청 인구 감소에 따라 직격탄을 입는 대표적인 사양 산업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코로나로 반짝 성장하고는 있지만 홈쇼핑은 10년 밖에 남지 않았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미래가 불투명하다”면서 “오프라인 업계에서는 나름대로 잘 나가던 편의점에 짐이 될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온오프라인 융합이라고 하는데 GS홈쇼핑을 정통 온라인 강자로 보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한 이커머스 관계자는 “국내 온라인 시장은 오프라인 최강자 롯데조차 '롯데온'이 아니라 '롯데오프'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어려운 곳”이라면서 “쿠팡을 비롯해 안정적인 플랫폼을 갖춘 네이버와 카카오 등까지 가세한 치열한 이커머스 시장에서 내년 7월에나 통합이 마무리될 신사업을 내세우기는 너무 늦었다고 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