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 재건축 사업이 정부 규제로 사실상 '올스톱' 상태다. 일부 단지들은 안전진단 평가를 취소하거나 연기해달라고 요청하는 등 속도조절에 나서고 있으나 정부 규제는 더 강화될 것으로 보여 어려움이 예상된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현재 목동신시가지 14개 단지가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한 가운데 1차 정밀안전진단을 진행 중인 1, 4, 8, 14단지가 안전진단 평가 연기를 요청하거나 평가 자체 취소를 검토 중이다.
안전진단은 재건축 사업의 첫 관문으로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하고, 정밀안전진단에서 최소 D등급 이하를 받아야 이후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현재 목동 신시가지 단지 중 정밀안전진단을 최종 통과한 단지는 6단지 한 곳뿐이다. 5·11·13단지는 1차 정밀안전진단에서 D등급을 받고, 2차 정밀안전진단을 기다리고 있으며 1·2·3·4·7·8·10·12·14단지는 1차 정밀안전진단을 진행 중이다. 이 중 7단지는 이달 중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양천구청 측은 "일부 단지에서 안전진단 평가 연기를 요청한 사례가 있다"면서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현장 조사 등 작업 진행이 어려워진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정부 규제로 재건축 사업 진행이 어려워지자 아파트 주민들이 속도조절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목동아파트 재건축추진연합회(목재련) 관계자는 "최근 목동9단지가 2차 정밀안전진단에서 재건축 불가 등급인 C등급을 받으면서 주민들의 충격이 컸다"며 "재건축에 부정적인 정권 아래서 무리하게 사업을 진행하기 보다는 실질적으로 사업 진행 속도를 낼 수 있는 방안을 고려해 보자는 인식이 주민들 사이에서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9단지는 지난 9월 재건축 정밀 안전진단에서 최종 탈락했다. 앞서 진행된 안전진단 1차 점수는 53.32점으로 직전에 최종 안전진단을 실시한 성산시영 1차 점수 53.88보다 더 낮았다. 그러나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진행한 2차 평가에서 평가 점수가 5점 가량 상향되면서 최종 탈락이 됐다.
기대가 높았던 만큼 실망감도 컸다. 9단지 실패로 여타 단지들 또한 재건축 진행에 차질을 빚게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집값도 약세를 보였다. 6단지가 최종적으로 정밀 안전진단을 통과하면서 2억~3억 원씩 올랐던 호가가 불과 3개월 만에 제자리를 찾았다.
이에 일부 단지에서는 항의 현수막을 내거는 등 반발하기도 했다.
그러나 문제는 정부의 규제 기조가 더 강화될 것이란 점이다. 이미 정부는 6·17 부동산 대책을 통해 규제 강화를 예고한 상황이다. 6·17 대책에 따르면 내년 상반기부터는 정밀안전진단 업체 선정 주체가 현행 시ㆍ군ㆍ구에서 시ㆍ도로 바뀐다. 또 적정성 검토 의뢰 주체도 시ㆍ군ㆍ구에서 시ㆍ도로 격상된다.
목동 신시가지의 경우 양천구청이 아닌 시청에서 안전진단 평가를 진행하게 되는 것이다. 정부는 기존보다 상위기관에서 재건축 사업을 맡도록 해 절차적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서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안전진단 진행 과정이 더 까다로워지고 시간도 더 소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다만 내년 4월 서울시장 선거 결과가 서울 재건축 사업 진행에 변수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수장이 바뀔 경우 그간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에 부정적이었던 서울시의 정책 기조 역시 바뀔 수 있을 것이란 기대에서다.
목동 재건축 추진위 관계자는 "목동 재건축의 경우 서울 집값 문제 등으로 인해 정치적 판단이 작용했을 것으로 본다"며 "결국 정치 상황 변화가 재건축 사업 진행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4월 서울시장 선거 결과를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