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피해자에게 ‘피해자다움이 없었다’며 가해자에게 무죄를 선고한 것은 잘못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A 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창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6일 밝혔다.
편의점 업체 직원 A 씨는 편의점주 B 씨를 강제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A 씨는 B 씨가 혼자 근무하는 것을 보고 업무 설명을 하면서 B 씨가 거부하는데도 머리를 만진 것으로 조사됐다.
또 B 씨를 의자에 앉힌 후 뒤에서 목을 안아 움직이지 못하게 한 후 강제로 볼에 입을 맞춘 혐의도 받는다.
1심은 “피해자는 경찰 수사 단계에서부터 피해 경위에 관해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진술해 신빙성이 인정되고 폐쇄회로(CC)TV 영상 촬영 사진이 이를 뒷받침한다”며 A 씨에게 벌금 400만 원을 선고했다. 40시간의 성폭력치료프로그램 이수도 명령했다.
반면 2심은 피해자다움이 보이지 않았다는 취지로 B 씨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하고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CCTV 영상을 통해 B 씨가 A 씨를 피하면서도 종종 웃는 모습을 보이며 계속해서 접촉이 이뤄져 강제 접촉으로 보기 어렵다고 봤다.
그러나 대법원은 “피해자에게 ‘피해자다움’이 나타나지 않음을 지적하는 것으로 법리에 비춰 타당하지 않다”며 “당시 피해자는 피고인의 신체접촉을 피하거나 거부하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했다.
또 A 씨의 진술이 경찰 수사, 검찰 수사 단계에서 수차례 바뀐 점도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