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대출 프로그램 역할 온전히 수행해야” 반발
“바이든 차기 행정부 화력 줄이려는 것” 비판 제기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비상 대출 프로그램 시행을 종료했다.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다른 기조에 재무부가 조 바이든 차기 행정부의 화력을 줄이려 재정책을 정치화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1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므누신 재무장관은 이날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메인스트리트 대출 프로그램과 기업 신용 프로그램, 지방정부 대출 프로그램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연준의 비상 대출 프로그램은 재무부가 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3월부터 운용됐으며 기한은 대부분 올해 말까지였다.
므누신 장관은 이날 제롬 파월 연준 의장에게 보내는 서한에서 “코로나19로 동결됐던 금융 시장이 거의 회복됐다”며 “대출 프로그램은 목표를 분명히 달성했다”고 전했다. 이어 “은행은 개인과 기업, 지방자치단체의 대출 요구를 충족할 만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재무부의 결정에 따라 기업어음(CP) 펀딩 기구와 머니마켓 유동화 기구 등 일부 프로그램은 운영을 90일 연장하고 사용되지 않은 대출 프로그램 자금은 회수된다. 므누신 장관은 서한에서 연준에 제공한 700억 달러(약 78조 원)를 반환하라고 요청했다.
연준은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연준은 성명을 내고 “코로나19 위기로 설치된 모든 비상 대출 프로그램이 취약한 경제를 뒷받침하는 역할을 온전하게 수행해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파월 의장은 17일 온라인토론에서 “적절한 때가 오면 비상 대출 프로그램을 만료할 것”이라며 아직은 프로그램을 유지해야 할 때라는 생각을 분명히 밝혔다.
전문가들은 재무부의 결정이 시장 투자심리를 약화해 불안정한 시장을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크리슈나 구하 에버코어ISI 부회장은 “시장에서 안전장치를 제거하는 것은 언제나 복잡한 일이다”며 “문제는 시장에 부담을 덜 주는 시기가 언제인지 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위험한 시기”라며 “운이 나쁘다면 엄청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연준이 재무부에 대출 프로그램 잔여 자금을 돌려줄지는 미지수다.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한다면 해당 프로그램을 다시 시행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연준이 자금을 바로 돌려준다면 내년 1월 말 행정부가 바뀌더라도 대출 프로그램을 재개하는 데 시일이 걸린다.
일각에서는 므누신 장관의 프로그램 종료 결정이 차기 행정부의 화력 감소를 위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구하 부회장은 “므누신 장관이 자금을 돌려달라고 요청한 것은 바이든 당선인 측 인사가 재무부에 오더라도 화력을 크게 줄이려는 목적”이라며 “시장 안정화 정책을 무모하게 정치화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므누신 장관은 “정치는 이번 결정에서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았다”고 부인했지만, 공화당과 백악관은 그동안 대출 프로그램을 연장하지 말라고 재무부를 압박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