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호텔 업계의 경영난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서울 유명 호텔들이 줄줄이 매물로 나오고 있다. 특히 현재 매물로 나온 호텔 부지에 호텔 대신 고급주거시설이 들어설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이러한 움직임들이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 잡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21일 투자은행(IB)과 부동산금융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 용산 이태원 소재의 크라운호텔은 매각 주관사에 JLL(존스랑라살)을 선정하고 본격적인 매각 작업에 착수했다. 3성급인 크라운호텔은 1980년에 지어진 호텔로 이태원의 랜드마크 중 하나로 통했다. 코로나19 장기화 영향으로 관광객은 물론 유동인구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사실상 개점휴업인 상태가 지속한 것이 호텔 매각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쉐라톤 서울 팔래스 강남 호텔은 최근 매각 절차가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 이 호텔을 운영하는 서주산업개발은 올해 봄부터 매각을 추진해왔으며 이달 초 매각과 관련한 우선협상자를 선정했다. 코로나19 여파로 매출 부진에 시달리는 5성급 대형 호텔이 매각되는 첫 번째 사례다. 우선협상자가 제시한 가격은 4000억 원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호텔의 영업은 내년 1월 말 종료된다. 이와 함께 강남 역삼동에 위치한 5성급 르메르디앙 서울 호텔(구 리츠칼튼 호텔)도 현재 매각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주목할 만한 점은 매각이 추진되고 있는 이들 호텔 모두 주인이 바뀌는 것뿐 아니라 시설형태가 고급주거시설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쉐라톤 서울 팔래스 강남 호텔의 경우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회사는 부동산개발업체 더랜드의 컨소시엄이다. 더랜드 컨소시엄은 인수 절차가 완료된 이후 호텔 부지에 대규모 주상복합 빌딩을 올릴 계획이다. 부동산 업계관계자는 "쉐라톤 서울 팔래스 강남호텔은 서울 고속버스터미널 역 인근의 반포 금싸라기 땅에 있어 올 초 매각설이 돌았을 때도 개발 가능성 등을 염두에 둔 상당수 원매자가 관심을 보였다"고 말했다.
이태원 크라운호텔과 역삼동 르메르디앙 서울 호텔 역시 서울 노른자 땅 위에 있어 호텔보다는 고급주거시설이나 오피스 등의 개발을 노린 개발업체들이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이들 호텔 모두 지리적 이점이 높다는 공통점이 있다"면서 "호텔 이용객 수가 점차 회복되고 있긴 하지만,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기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호텔로 그대로 운영하기보다는 개발하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