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회계업계에 따르면 빅4 회계법인(삼일PWC·삼정KPMG·EY한영·딜로이트안진)은 올해 신입 회계사를 750여명 뽑은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해보다 30% 줄어들었는데 올해 신입 회계사 합격자 수가 전년 보다 10% 늘었다는 점에서 ‘채용 충격’은 더했다.
한 회계사는 “그동안 대형 회계법인은 그해 합격자수 이상을 채용해왔는데 올해는 300여 명의 회계사들이 빅4에 가지 못하는 상황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나머지 인력은 중형 회계법인이 흡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현 회계법인이 30여 명의 신입 회계사를 뽑았고, 성도 회계법인 역시 25명을 뽑았다. 서현 회계법인은 안진 회계법인 연간 매출의 10분의 1수준이지만 채용한 신입 회계사는 안진의 40% 수준이다.
중형 회계법인 관계자는 “그동안 신입 회계사 대부분을 빅4에서 데려가면서 항상 채용에 갈증이 있었다”면서 “하지만 올해는 지원자도 상당히 늘었고, 회계법인 입장에서도 규모를 더 키우고 품질관리도 강화하는 목표가 있어서 채용을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대형 회계법인에 가지 못한 신입 회계사를 데려갈 것으로 예상됐던 중견 회계법인은 올해 채용 규모는 전년과 비슷한 10여 명 안팎을 뽑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회계업계 관계자는 “중견 회계법인은 ‘원펌’이 아니라 각자 팀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일감과 수익이 늘어도 새로운 회계사 채용에 소극적이다. 특히 수익보다 투자비가 많이 드는 신입 회계사는 뽑지 않으려고 한다”면서 “실제 수혜를 가장 많이 누리고 있는 감사인 지정제 나군(회계사 120명 이상) 회계법인이 신입 회계사 채용에 소극적인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감사인 지정 방식’에 있어 중소 회계법인에 불리한 점이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는 상황이다.
현재 감사인지정제는 회사와 회계법인을 규모 순으로 늘어놓고 점수 순서대로 지정을 받도록 했다. 1등 회계법인이 차례로 지정을 받으면서 점수를 차감해 나간다. 또 다음으로 점수가 높은 회계법인이 점수를 차감하며 지정을 받는 식이다.
배정 점수의 배율은 최대 3배에 불과하다. 가령 10조 원을 버는 회사는 3점, 100억 원을 버는 회사는 1점을 차감한다. 대형 회계법인 일수록 대기업 감사를 독식하기 쉬운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