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차ㆍ세단 생산 탓에 3Q 가동률 54% 수준, 생산 다양화로 가동률 회복 기대
현대차그룹이 바이든 대통령 취임을 앞두고 기아차 멕시코 공장의 생산전략 수정에 나섰다.
새 행정부가 현행 '보호무역주의'를 완화할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기아차 역시 멕시코 공장의 생산 차종 다양화를 통해 '반 토막' 난 공장 가동률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22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기아차는 2016년 준공한 멕시코 공장의 가동률 향상을 위해 차종 다양화 및 전략차종 생산 등을 검토 중이다.
현대ㆍ기아차 고위 관계자는 “향후 현대차와 기아차 모두 미국공장을 수익성 중심으로 개편할 것”이라며 “미국(공장)은 새로 출시하는 소형 픽업트럭과 SUV 중심으로 생산 계획을 수정하고, 인센티브(할인폭)가 높거나 상대적으로 인기가 낮은 세단은 기아차 멕시코 공장으로 이관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미국 공장은 이제껏 현지 전략형 모델 2~3가지만 집중해 생산했다. 한때 기아차 조지아 공장에서 현대차 싼타페와 기아차 쏘렌토를 혼류 생산했던 게 대표적이다. 생산 효율성과 가동률 향상을 위해서였다.
그러나 한미FTA 개정안과 미국 차 시장 재편 등이 이어지면서 미국 생산 계획의 ‘다 차종 전환’이 불가피해졌다.
현대차는 내년 하반기부터 현지 전략형 소형 픽업트럭을 앨라배마 공장에서 생산한다. 국내생산 수출 물량이 아닌 현지 전략형으로 미국에서만 판매하는 만큼, 노조와의 충돌도 피해 나갈 수 있다. 나아가 이 픽업의 베이스인 4세대 투싼 역시 현지생산을 검토 중이다.
이같은 '생산 차종 다양화'는 시간당 생산량 UPH(Unit Per Hours) 하락을 불러올 수 있다. 결국,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기아차 멕시코 공장의 활용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기아차 멕시코 공장은 현지 경기 위축은 물론 미국 자동차 시장의 저성장 기조에 맞물려 가동률이 반 토막난 상태다.
작년 3분기 멕시코 공장 가동률은 81% 수준으로 기아차의 글로벌 평균(92%)에 못 미쳤다. 4분기 가동률 역시 71.7%에 그쳐 글로벌 평균(89.2%)은 물론 미국 조지아 공장(79.6%)에도 못 미쳤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상황은 더 나빠졌다. 반복되는 셧다운으로 미국 조지아 공장 3분기 가동률이 59.5%에 머문 사이, 멕시코 공장은 여기에도 못 미친 53.9%에 머물렀다.
미국 조지아 공장은 주력 신차(K5)와 SUV(쏘렌토, 셀토스) 등을 앞세워 이 기간 선방했다. 그러나 승용 세단, 나아가 라이프사이클이 불리해진 노후 차(K3, 리오, 현대차 엑센트) 중심의 멕시코 공장의 당위성이 하락한 셈이다.
이렇듯 가동률이 반토막 난 멕시코 공장을 되살리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짜내고 있고, 이 가운데 하나가 '생산차종 다양화'다.
멕시코 공장은 기아차의 완성차공장 가운데 효율성이 가장 높다. 시간당 생산 대수(UPH)는 68대로 시간당 66대를 생산하는 조지아 공장보다도 많다. 준중형차 기준 53초당 1대를 생산하는 셈이다.
이를 바탕으로 멕시코 현지시장 소형차와 함께 현대ㆍ기아차의 북미전략형 소형 SUV 생산도 검토되고 있다.
다만 멕시코산 자동차에 대한 편견은 숙제다. 한국에서 중국산 공산품에 대한 편견이 가득한 것처럼, 미국에서도 멕시코산 자동차에 대한 편견이 존재한다.
이 때문에 값비싼 SUV와 픽업은 미국에서 생산하되, 인기가 시들해진 일부 세단 제품군을 추가로 멕시코에서 생산하는 방식을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ㆍ기아차 관계자는 “완성차 공장, 특히 해외공장은 생산 차종을 몇 개월 사이에 쉽게 바꾸지 못한다. 멕시코 공장 역시 다각적인 방안을 앞세워 가동률 상승을 검토 중”이라며 “애초 공장건설 때부터 생산 차종을 고려해 건설한 만큼, 리-툴드(re-tooled, 생산설비 개설) 작업에 적잖은 시간도 걸린다. 구체적인 생산 다양화는 결정된 바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