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 횡령한 삼성 직원 실형…이재용은 80억 넘어”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측의 파기환송심에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의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특검 측은 23일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정준영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속행공판에서 "이 부회장 측이 허위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삼성 준법감시위는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이 부회장 측에 실효성 있는 준법감시제도를 주문하면서 올해 초 발족했다. 재판부는 준법감시위를 이 부회장의 양형에 반영하기 위해 이를 평가할 전문심리위원도 구성했다.
특검은 "피고인들은 파기환송심 변론 과정에서 대법원에서 확정된 사실과 다른 수동적 뇌물 공여 등의 허위 주장을 계속하고 있다"며 "진지한 반성을 전제로 하는 삼성 준법감시제도 관련 양형 심리의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이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상호 대등한 지위에서 적극적으로 뇌물을 공여한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특검은 "이 사건은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적극적 뇌물 공여라고 명시적으로 판시했다"며 "다른 그룹 사례와 같이 수동적 뇌물 공여로 판단하거나 이를 전제로 양형을 심리하는 것은 (대법원 판결의) 기속력을 벗어나는 잘못을 저지르는 것이 명백하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사건'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경영권 승계 관련 청탁과 함께 뇌물을 건넨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이 부회장은 1심에서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가 2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으로 감형돼 풀려났다.
그러나 대법원은 삼성 측이 박근혜 정부 ‘비선 실세’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씨에게 제공한 말 3마리(34억 원)와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16억 원)을 모두 뇌물로 인정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의 총 뇌물 공여액은 86억 원으로 늘어났고, 해당 자금의 출처가 회삿돈이라는 점에서 횡령액도 86억 원이 됐다.
특검은 10억 원을 횡령해 징역 4년을 선고받은 삼성물산 직원과 비교해 이 부회장의 실형이 불가피하다는 뜻을 밝혔다.
특검은 "삼성물산 회계직원은 (이 부회장과 비교해) 횡령 금액의 8분의 1 정도이고 그 자금을 개인적 용도로 사용해 추가적인 범법을 하지 않았다"며 "다른 사유를 빼고 횡령 금액만 보더라도 이 부회장에 대해 직원보다 낮은 형이 선고되는 것은 어떤 누가 보더라도 평등하지 못하다"고 주장했다.
특검은 과거 법원이 재벌 총수에 대해 관대한 처벌을 내렸던 점을 지적한 이른바 '3·5 법칙'을 거론하기도 했다.
특검은 "이른바 3·5 법칙 양형에 대한 국민의 부정적 평가가 팽배한 적이 있었다"며 "그에 따라 2007년 화이트칼라 범죄에 대해 그동안 재판부가 관용적 판결을 내렸다는 국민의 비판을 받아들여 처벌을 강화하는 양형기준을 도입했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양형기준을 적용해 SK그룹 오너 일가의 횡령 사건에서 실형을 선고하는 등 재벌 범죄의 양형이 근본적으로 변화했다"며 "따라서 이 사건에 3·5 법칙을 적용하면 헌법상 국민 주권 침해와 평등의 원칙을 형해화하는 위법적 결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재판은 특검 측의 서증 조사가 완료된 뒤 이에 대한 이 부회장 측의 의견을 듣고 종료될 예정이다.
한편 전문심리위원인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은 20일 재판부가 정한 기일 안에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점검을 완료하기 어렵다는 의견서를 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