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美 IT공룡 겨냥 디지털세 도입 압박…바이든 다자주의 첫 시험대

입력 2020-11-26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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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IT기업들, 디지털세 고지서 받았다…협상 없으면 내년 초 부과”
바이든 당선인, 디지털세 반대 입장은 고수할 듯…OECD 협상에 적극 참여할 가능성 커

▲미국 IT 기업 구글(위)과 페이스북의 로고. 프랑스 재정경제부는 25일(현지시간)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에 디지털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AP뉴시스

프랑스가 미국의 거대 IT기업을 상대로 다시 디지털세를 꺼내 들었다. 미국 우선주의 탈피와 다자주의 외교를 선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에게는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2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프랑스 재정경제부는 “IT기업들이 (디지털세) 세금 고지서를 받았다”고 밝혔다.

디지털세란 구글과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 등 거대 IT 기업이 아일랜드 등에 법인을 세워 실제 매출보다 세금을 적게 내는 것을 방지하는 법안이다.

디지털세는 법인세와 별도로 매출이 생긴 지역에 세금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IT기업은 법인 위치에 상관없이 네트워크로 어디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으니 세금도 같은 방식으로 부과해야 한다는 논리다.

기업들은 중복 과세라며 반발했지만, 프랑스는 지난해 1월부터 디지털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국 기업에 불이익이 생긴다면 보복하겠다고 즉각 대응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프랑스의 주요 수출품인 핸드백과 화장품 13억 달러(약 1조4391억 원)어치에 25%의 보복관세를 붙이고, 샴페인과 치즈에는 100% 관세를 붙이겠다고 경고했다.

공방을 이어가던 미국과 프랑스는 올해 1월부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디지털세에 관해 협상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프랑스는 디지털세 도입을 보류했고, 미국은 추가관세 부과를 유예했다. 하지만 6월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이 협상 교착을 선언하며 회담이 무산됐다.

프랑스는 OECD 협상이 계속 진행되지 않는다면 내년 초 유럽연합(EU) 회원국 전체에 디지털세를 부과하겠다며 미국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 관계자는 “더 기다릴 수 없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가장 큰 수혜자는 IT기업”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당선인의 친정인 민주당도 프랑스의 디지털세 도입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기 때문에 바이든 차기 행정부 역시 태도 변화는 없을 전망이다. 미국 재무부 출신인 브라이언 젠은 “바이든 당선인이 새로운 관세를 부과하는 것에는 신중할 수 있지만, 이미 협상 테이블에 올라온 관세를 이용할 수는 있다”며 “바이든 차기 행정부가 (관세 부과 가능성을) 제거할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바이든 당선인은 미국의 국제무대 복귀를 강조한 만큼 OECD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 브루노 르 마이어 프랑스 재무장관은 “새로운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유럽 관계의 새로운 시작을 열길 희망한다”며 “새로운 시작의 신호는 내년 초까지 OECD 협상에서 합의하는 것”이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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