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방역보다 종교 우선” 미 대법원 판결에 정치성향 편중 우려

입력 2020-11-27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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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종교단체 승소 판결
지난달 보수 성향 배럿 대법관 임명에 6대 4로 보수 우위

▲도널드 트럼픞 미국 대통령과 에이미 코니 배럿 신임 대법관이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지명 발표 후 백악관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워싱턴D.C./AP뉴시스
미국 연방대법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방역보다 종교 활동이 우선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지난달 보수 성향의 대법관을 임명한 것이 판결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2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대법원은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가 발표한 예배당 출석 제한 조치가 부당하다며 로마 가톨릭 브루클린 교구와 정통 유대교 단체 등이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종교단체들이 뉴욕의 제한조치가 종교행사를 보장하는 수정헌법 제1조의 권리를 침해했다고 주장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법원은 판결문에 “법원은 공중보건 전문가가 아니며, 이 부분에 대해 특별한 지식을 가진 책임자들의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면서도 “뉴욕의 제한은 종교적 자유를 보장하는 수정헌법의 핵심을 위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에 쿠오모 주지사는 “코로나19 통제 노력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며 “그들(종교단체)이 소송을 건 구역은 이미 제한조치에서 빠졌기 때문에 실질적 영향이 없다”고 설명했다.

앞서 뉴욕은 코로나19 심각도에 따라 주요 장소를 노랑, 주황, 빨강으로 분류한 후 단계별 제한 조치를 발표했다. 교회를 비롯한 종교시설의 경우엔 출석 제한을 둔 이유에 대해선 그간 폐쇄된 콘서트장이나 영화관, 경기장보다 덜 제한적으로 취급돼 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입장이었다.

WSJ는 판결에 대해 “뉴욕이 코로나19에 맞서기 위해 부과한 엄격한 제한을 법원이 막았다”며 “새로 임명된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 이번 판결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배럿 대법관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선을 앞두고 임명을 강행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던 인물이다. 당시 민주당은 대선 이후 당선인이 후임 대법관을 지명하는 전례를 따르라고 요청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무시했다.

진보 성향의 전임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 자리를 배럿 대법관이 앉게 되자 5대 4였던 보수와 진보 성향의 비율이 6대 3으로 바뀌어 보수 측이 더 유리한 위치를 갖게 됐다. 이번 판결이 5대 4로 나온 이유는 세 명의 진보 성향 대법관과 함께 보수 성향이던 존 로버츠 대법원장이 반대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이번 판결이 뉴욕이 지정한 예배 제한 구역에서의 문제를 다루지 않은 만큼 당장 일어날 변화는 없어 보이지만, 향후 다른 제한 구역에서의 반발이 예상된다. 이미 배럿 대법관이 포함된 직후인 지난달부터 다른 종교단체들 역시 그들의 거주 제한을 풀어달라는 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판결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법원을 얼마나 심각하게 변화시켰는지 엿볼 수 있다”며 “배럿 대법관의 임명은 대법원장의 리더십이 평가받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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