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진을 찍는 이유는 시간을 얼려 현재를 보존하기 위해서다. 문제라면 아무리 ‘실제'를 재현하는 사진이라도 ‘실제의 감동'까지 고스란히 재현하기는 어렵다는 것. 살면서 감사하고 고마운 일들을 많이 겪지만 어떤 감사의 말도 내 절실한 감사의 마음을 다 담아낼 수 없는 것과 같다. 그럼에도 사진의 힘은 대단하다. 안 보이는 것을 드러내 준다.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작다. 압도적인 규모의 건축물과 거대한 자연 풍광 속에서 점처럼 축소된 인간은 살기 위해 작은 몸을 부지런히 놀린다. 그 모습은 대체로 재밌고 발랄하고 엉뚱하다. '나'를 관찰할 때는 멀리서 봐야 한다. 멀리서 바라보면 가슴 저미는 실연도, 땅을 치게 하는 무능도, 먹고 살기 위한 몸부림도, 사람들이 나만 미워하는 것 같은 기분도, 하루하루 떨어지는 인기도 너무너무 작고 하찮을 뿐이다.
타인을 볼 때는 한 발자국 다가가야 한다. 상대에게 귀를 기울인다. 책에 나오는 사람들이 유독 작은 것은 가까이 다가가서 보라는 의미도 있다. 가까이서 보았을 때의 서글픈 인생, 그리고 멀리서 보았을 때의 즐거운 인생 모두 두 번 본다.
책은 사진 소설이다. 여행작가이기도 한 작가는 이번 사진소설을 통해 인간이 성숙하는 과정에서 '실연'이 주는 힘을 곁눈질하고 있다. 작가는 "실연보다 인간적인 감정은 없다"며 "인간을 죽었다 깨어나게 한다"고 말한다.
소설에 나오는 사진들은 작가가 최근 몇 년간 세계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찍은 것이다. 소설의 줄거리와는 직접 연관 없는 사진들이지만, 사진 설명을 읽으면 왠지 이야기와 연결되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