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해외점포 144개 작년 동일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시중 은행들의 글로벌 공략에 제동이 걸렸다. 올해 예정됐던 해외 점포 설립을 연기하거나 취소하는 등 재점검에 나선 상황이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은행들이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해외 점포 설립 계획을 잠정 보류 하는 등 당초 계획을 변경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인도 뭄바이와 벵갈루루 지점의 연내 설립 계획을 보류하는 등 글로벌 점포 설립 계획을 대거 수정했다. 하나은행은 올 4분기 중 인도 2곳과 대만 타이베이에 각각 지점 1개씩을 신설하고, 중국 충칭(重慶)에 현지법인 내 지점 1곳을 설립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해외 현지 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해지면서 점포 설립을 잠정 보류했다. 뭄바이와 벵갈루루 지점은 내년으로 잠정 연기된 상태다. 연내 영업을 목표로 하고 있던 타이베이 지점과 중국 충칭 현지 지점 운영 시기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우리은행도 올해 방글라데시와 베트남 등 2곳의 해외 지점을 설립하기로 계획했지만 모두 취소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연내 베트남과 방글라데시 신규 점포 개설을 불가능하다”며 “대신 내년 상반기로 연기한 상태”라고 말했다.
농협은행의 경우 올해 안에 홍콩 지점 설립 인가를 받을 예정이었지만, 사실상 어려워 보인다. 코로나19와 홍콩 국가보안법 사태 등 현안이 겹쳤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은 상반기 중 미얀마에 4개 지점을 신설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상반기 지점을 열지 못하고 하반기에 미얀마 법인 20, 21호점을 지각 개점했다.
신한은행은 올해 설립하기로 한 총 11개(베트남, 캄보디아) 지점 가운데 현재 5개만 설립을 완료한 상태다. 나머지 6개(베트남 3곳, 캄보디아 3곳)는 내달까지 개점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해외점포 수를 공격적으로 늘렸던 최근과 달리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해외 진출이 더뎌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공개한 국내 은행의 해외점포 현황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6대 은행과 4개 지방은행 및 수협은행 등 11곳의 해외점포 숫자는 144개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연말과 동일한 수치로 시중은행의 해외시장 진출이 제자리걸음에 그쳤다.
올해 3분기까지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개 시중은행의 글로벌 순이익은 6791억 원으로 집계됐다. 3분기까지 전체 순이익이 6조4674억 원인 것을 고려하면 해외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11%에 그쳤다. 미국 씨티은행은 전체 수익 가운데 절반을 외국에서 벌어들이고 있다. 영국계 스탠다드차타트(SC)은행도 해외 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이 90%를 넘는다. 글로벌 은행들과 비교하면 우리 은행들의 비중은 미미한 수준이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의 해외 수익도 크게 줄었다. 신한은행의 3분기 글로벌 순이익은 2265억 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8% 감소했다. 우리은행의 글로벌 순이익의 경우엔 797억 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30.8%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