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매매값 차이도 확 줄어
수도권의 유일한 비규제 지역인 경기 파주시에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이른바 '갭투자'가 몰리고 있다. 대출과 세제 등 규제가 적은데다 최근 임대차보호법(계약갱신청구권ㆍ전월세상한제) 시행 여파로 전세가격까지 급등하면서 갭투자에 용이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파주 금촌동 후곡마을주공 6단지 전용면적 59㎡형은 지난 16일 2억3500만 원에 매매 거래가 이뤄졌다. 같은 날 1억8500만 원에 전세 계약도 체결됐다. 매매가와 전세가 차이가 5000만 원에 불과했다.
인근 서원마을 뜨란채7단지 전용 75㎡형은 이달 들어서만 총 4건의 전세계약이 체결됐는데 거래가는 2억1000만~2억2000만 원 선이다. 그런데 같은 단지, 같은 면적의 이 아파트는 지난달 19일 2억3700만 원에 매매 거래됐다. 전세를 끼고 아파트를 매매할 경우 2000만 원 가량만 들고 있으면 매입이 가능한 셈이다. 현재 매매 호가(집주인이 부르는 가격)가 2억5000만~7000만 원 수준임을 감안해도 격차는 5000만 원 아래다.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이 차이가 1000만 원이 채 벌어지지 않은 곳도 있다. 파주시 금촌동 건일장비5차 전용 59㎡형의 경우 이달 18일 1억4700만 원에 전세 계약됐는데 이튿날인 19일 1억5000만 원에 매매 거래가 이뤄졌다.
임대차법 시행 이후 전세 매물 품귀와 전셋값 급등 현상이 나타난데 따른 것이다. 급등한 전셋값이 매맷값까지 따라잡으면서 사실상 갭투자를 부추기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는 셈이다. 가뜩이나 파주의 경우 비규제 지역으로 주택담보비율(LTV)이 70%까지 가능하고 대출을 받아도 전입 의무가 없다. 2주택자도 취득세가 1~3%에 불과하다.
인근 K공인 중개업소 관계자는 "1억 원 가량이면 집을 마련할 수 있는 상황이어서 신혼부부들의 문의가 많다"며 "뿐만 아니라 실제 거주를 하지 않더라도 일단 집을 사놓자라는 수요자들도 있어 매수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향후 집값 흐름 지켜봐야"
보통 갭투자가 몰리면 매매가격이 상승한다. 실제 파주시도 최근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전세값 상승세를 따라가지 못하는 모습이다. 파주의 경우 전세가율(매맷값 대비 전셋값 비율)이 수도권에서도 높은 지역으로 꼽히는 등 그간 집값 상승 흐름에서 벗어나 있었다. KB국민은행 부동산 리브온의 월간 KB주택가격동향 자료에 따르면 이달 수도권 아파트 전세가율은 66.8%이나 파주의 경우 76.2%에 달한다. 서울은 55.5%에 불과하다.
이에 전세가격이 매매가보다 더 상승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파주시 아동동 팜스프링 전용 59㎡형은 지난 10일 1억6300만 원에 매매가 이뤄졌는데 열흘 뒤 1억7000만 원에 전세거래가 체결됐다. 전세가격이 매매가격보다 700만 원 정도 높다.
파주 금촌동 쇠재마을뜨란채 전용 59㎡형도 이달 14일 전세가격이 2억1000만 원에 최고가 거래됐는데 매매 가격은 현재 2억700만~2억4000만 원 수준이다.
금촌동 J공인 중개업소 관계자는 "보통 집값이 하락하는 시기에 매매가격이 전세가격 아래로 떨어진다. 파주시도 원래는 전세가율이 높았는데 최근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다만 최근 집값 상승세도 가파라지고 있어 깡통전세 우려는 시기상조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