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 가격이 7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기대감에 글로벌 경제 회복 전망이 더해지면서다. 이에 구리 시세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도 덩달아 주목받고 있다.
최근 구리 가격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2일(현지시간)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3개월 구리 선물가격은 톤당 7623달러를 기록하면서 장을 마쳤다. 전일 장중에는 톤당 7743달러를 찍으면서 7년 만에 최고치 기록하기도 했다. 구리값은 올해 저점 대비로는 50% 넘게 올랐다.
이날 골드만삭스는 향후 12개월 구리 가격 전망치를 기존 7500달러에서 9500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또한, 구리 평균 가격이 내년에는 8625달러, 2022년에는 9175달러를 기록한다는 전망도 내놓았다. 2022년 상반기에는 2011년 기록했던 1만170달러를 상회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구리에 투자하는 상장지수증권(ETN)과 상장지수펀드(ETF)에도 이목이 쏠린다. 3일 레버리지 상품인 ‘삼성 레버리지 구리 선물 ETN’은 전 거래일보다 1.92% 내린 1만3580원으로 연저점인 3월 19일의 5105원보다 166.0%나 올랐다. 같은 날 ‘KODEX 구리선물 ETF’도 전 거래일보다 0.54% 내린 6480원으로 마감해 연저점인 3월 19일의 3980원 대비 62.8% 상승했다.
지난 한 주간 글로벌 주요 자산군 ETF 수익률에서도 구리는 상위권에 들었다. 3일 블룸버그와 삼성증권에 따르면, 지난주(11월 23~30일) 구리 관련 ETF 수익률은 6.4%로 가장 높았다. 원유(5.8%), 선진주식(1.8%), 신흥채권(0.1%), 금(-5.1%) 등이 뒤를 이었다. 같은 기간 구리 관련 ETF 거래량은 20영업일 평균 거래량 대비 30.4% 뛰면서 대세를 입증했다.
최근 구리 강세 배경엔 글로벌 경기 회복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구리는 경제 흐름을 짚어주는 ‘구리 박사(Dr.Copper)’로 통한다. 건설부터 장비, 인프라, 운송 등 산업 전반에 사용되는 만큼 경기와 밀접한 원자재라는 이유에서다. 최근 코로나19 백신 긴급 승인 소식에 경기 회복 기대감도 커지자 구리 가격에도 청신호가 켜진 것으로 풀이된다.
원자재 시장 전문가들은 앞으로 구리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고 보고 있다. 중국이 내구재 중심으로 소비를 확대하고 인프라 투자에도 적극 나서면서 구리 수요도 함께 커진다는 분석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전 세계 구리 수요의 절반을 차지하는 중국 경제 회복에 따른 내년 수요가 5% 늘어날 것”이라면서 “중국뿐 아니라 미국과 유럽 수요 증가도 구릿값 단기 상승세를 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규연ㆍ나중혁 하나금융투자 연구원도 “금융위기 이후 산업금속 수요의 회복 추이를 보면, 중국에서 먼저 수요가 늘어난 후, 시차를 두고 여타 국가들의 수요가 동반 상승했다”며 “이번에도 중국의 수요가 먼저 증가한 다음, 내년에 아시아 신흥국 등 여타 국가들의 수요가 함께 개선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과거 금융위기 이후 경기 회복 국면에서 구리 가격은 26개월 동안 상승 사이클을 유지했다”며 “이번 팬데믹 당시 구리 가격은 3월 저점 이후 반등했는데, 2021년 글로벌 경제의 회복 국면에서도 현재의 구리 가격 상승 사이클은 이어질 개연성이 크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