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소득세, 복지수준 등 고려하면 추가 증세 어려워…정작 필요한 건 조세특권 폐지"
‘부자증세’도 이제 한계치에 다다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상위권인 최고세율을 추가 인상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고, 최고세율만 올려선 그 효과도 크지 않아서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소득세 최고세율의 실질적인 세수효과는 크지 않다”며 “소득이 적은 사람들에게 만족감을 주려는 정치적 목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6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소득세 최고세율 구간 신설(45%)에 따라 영향을 받는 기존 최고세율(42%) 적용 대상은 지난해 기준 1만6000여 명이다. 이들이 부담해야 할 세금은 내년에 약 4000억 원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세수효과만 고려하면,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을 증세로 보긴 어렵다.
가장 큰 문제는 가파른 최고세율 인상이다.
이명박 정부 말부터 문재인 정부까지 3개 정권을 거치며 소득세 최고세율은 35%에서 45%로 10%포인트(P) 인상됐다. 김선택 한국납세자연맹 회장은 “소득세 최고세율 45%에 지방소득세율(소득세의 10%)을 더하면 실질적 최고세율은 50% 가까이 된다. 유럽에서도 찾아보기 드물뿐더러 이런 국가는 복지수준이 높다”며 “현재 소득세와 지방소득세를 함께 과세하는 제도적 특수성이나 우리나라의 상대적 복지수준, ‘세금 혜택이 내게 돌아올 것’이라는 신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지금 수준의 최고세율도 매우 높다. 추가적 최고세율 인상은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 증세 과정에서 비과세·감면 정비와 부가가치세 인상 등 다른 수입확대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부자증세는 보편적 증세나 과세 형평성을 강화할 때 보완적 조치로 활용할 수 있다. 보편적 증세나 과세 형평성 강화로 세부담이 증가하는 서민들의 조세저항을 줄이기 위한 측면에서다. 이런 점에서 최고세율을 이미 한계치까지 끌어올렸다는 건 향후 비과세·감면 축소 등 보편적 증세가 필요할 때 명분으로 활용할 카드가 사라졌다는 의미다.
김 회장은 “OECD 회원국과 비교해 전체 세수에서 소득세 비중이 지나치게 작은 세수구조를 보면 소득공제를 비롯한 비과세·감면을 축소하고, 세율을 인하하는 게 이상적”이라며 “현재 주식 양도소득도 비과세이고, 농어업소득도 비과세다. 정작 필요한 건 최고세율을 올리는 게 아니라 공평과세 원칙에 따라 조세특권을 폐지하는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한편, 국제통화기금(IMF)과 OECD 등 국제기구는 한국에 부가가치세 인상을 권고하고 있다.
한국의 부가세율은 10%로 OECD 회원국 평균(약 18%)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다만 부가세 인상은 정부에 큰 부담이다. 부가세는 상품 거래금액을 기준으로 매겨져, 같은 수준의 소비활동을 한다고 가정할 때 소득 대비 부가세 부담은 소득수준이 낮을수록 커지는 역진세적 성격을 띤다. 따라서 조세저항이 강하고, 인플레이션 등 부정적 외부 효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