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제1회 한미 디지털경제 협력포럼 개최
우리나라가 글로벌 자율주행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자율주행차 인프라의 중요 요소 중 하나인 차량사물통신(V2X) 관련 표준을 정부가 조속히 단일화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차량사물통신은 자동차가 유·무선망을 통해 다른 차량, 모바일 기기, 도로 등 사물과 정보를 교환하는 것을 뜻한다.
미국과 중국 등 주요국은 이미 자율주행 관련 기술표준을 확정 짓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이와 관련된 결정을 내리지 못한 상태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8일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ㆍ암참)와 공동으로 전경련회관 콘퍼런스센터에서 ‘제1회 한미 디지털 경제 협력포럼’을 온·오프라인으로 동시 개최했다.
‘자율주행의 기술 표준 국제동향 및 한미 협력방안’을 주제로 진행된 이번 포럼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토교통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련 부처 및 학계와 한화디펜스, LG유플러스, 카카오 모빌리티, 퀄컴, 3M, 비스티온 등 관련 기업이 참석했다.
전경련과 암참은 첫 번째 포럼의 주제로 자율주행 기술 표준을 선정한 데 관해 “기술이 일상생활에 밀접한 데다 향후 미래 산업의 가장 중요한 분야 중 하나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자리에서 자율주행의 시장 규모가 15년 뒤 1100조 원으로 급성장하는 만큼 시장의 선점을 위해 표준 정립을 서둘러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권태신 전경련 부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자율주행차 시장의 현재 규모는 100억 달러(약 11조 원) 미만이지만 2035년 1조 달러(약 1100조 원)까지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며 “최근 자율주행 기술에 있어 차량과 주변 사물을 연결하는 통신 기술 관련 표준 논의가 활발하다”고 말했다.
이어 권 부회장은 과거 가정용 비디오업계에서 소니의 선진적 첨단기술이 표준경쟁에 실패하며 역사 속으로 사라진 사례를 들어 신기술이 산업계에 적용되는 과정에서 표준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권 부회장은 “한국도 글로벌 스탠다드와 부합되도록 정부가 신속하게 틀을 마련해주어야 자율주행 등 미래 먹거리 산업 선점에 우리 기업들이 속도감 있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임스 김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은 개회사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디지털 변혁(Digital transformation)을 통해 우리 삶 속으로 들어올 신기술 중 하나인 자율주행 분야에서도 과학에 기반을 둔 글로벌 표준을 정하는 것이 세계 시장 리더십을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미국과 한국 모두 자동차와 IT 분야의 혁신 강국이자, 상호 의존도가 높은 경제 강국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양국이 핵심 신산업을 함께 이끌기 위해 성공적으로 협력해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이날 포럼에서는 자율주행 산업이 현재 절대 강자가 없는 만큼 한국에 기회가 있지만, 정부의 규제 혁신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원철 숭실대 IT대학장 겸 정보과학대학원장은 주제발표에서 “차량과 사물에 무선통신기술을 활용하는 방식인 차량사물통신에 초고속 초연결 5G 셀룰러 통신기술을 접목한 기술(C-V2X)은 여러 면에서 기존 와이파이 기반의 근거리전용무선통신(DSRC)보다 우수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 등 여러 국가가 그동안 차세대 지능형 교통시스템(C-ITS) 시범 및 실증사업에서 DSRC를 채택해 왔지만, 그 이유만으로 이를 국가 전반 인프라로 확대하기보다는 미래 트렌드와 글로벌 동향에도 부합하는 기술 표준인지 객관적으로 검토해야 한국의 자동차 산업 경쟁력 강화를 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협력실장은 “현재 글로벌 자율주행차 시장은 절대 강자가 없는 춘추전국시대이며, 이 시기가 한국 자율주행업계가 도약할 수 있는 최적기”라 말하고, “여러 첨단 기술이 사용되는 4차 산업혁명 기술의 집약체인 만큼 자율주행 기술 진보와 상용화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규제들은 정부 차원에서 과감히 혁파하고, 관련 표준 확립에도 박차를 가해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전경련과 암참은 디지털 경제의 다양한 분야에 대한 주제별 논의를 위해 향후 연 1회 정례 포럼을 개최하기로 하는 한편, 전경련은 동 포럼의 내용이 미국상공회의소(US Chamber)와 매년 공동 개최하는 한미재계회의에 연계되는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