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코스피 상승 랠리에 힘 입어 6년 만에 20만 원을 목전에 두고 있다. 전기차주로의 재평가가 본격화된데다 원화 강세에도 내년 자동차 산업의 선순환 사이클로 경기 회복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는 7일 584억5900만 원을 순매수했다. 현대차그룹이 지난 2일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를 공개한 이후 시세차익을 실현한 개인 투자자는 4일에는 454억6300만 원 순매수했다.
현대차는 2015년까지만 해도 삼성전자와 시가총액 1, 2위를 다퉜던 종목이었으나 이후 판매 부진과 서울 삼성동 옛 한국전력 부지 투자로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지난 3월 20일 주가는 현재의 3분의 1수준인 6만5000원까지 하락했고 5월에는 코로나19 급락장에는 시총 11위로 밀려났다. 그러나 이달 4일 주가는 전날 대비 7.67% 뛰어올라 장 초반에는 19만9000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증권가에선 현대차 주가가 20만 원 회복을 앞두고 현재 조정을 받고 있는 모습이지만, 내년 이익 성장 모멘텀이 강력한 만큼 주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고 전망했다.
현대차가 공개한 'E-GMP'는 전기차 시장의 중심인 테슬라의 독주에 제동을 걸지 주목된다. 전용 플랫폼으로 만든 전기차는 여러 효율성 면에서 월등해서다. 알버트 비어만 현대차 사장은 'E-GMP가 테슬라 등 경쟁사의 플랫폼과 비교했을 때 어떤 점이 더 경쟁력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100㎞를 가기 위한 전력을 얻는 데 필요한 시간이 경쟁사들과 비교해 가장 짧다"며 "전기차 구동 시스템이나 효율성에서도 어느 회사도 이만큼의 효율성을 낼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차는 이를 활용해 2025년까지 순수전기차(BEV) 11종을 포함해 23종의 친환경차를 출시하고 연간 100만 대 이상 판매를 목표로 내세웠다. 신윤철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전통 완성차 업계가 내연 기관차에서 친환경차로 포트폴리오의 중심을 안정적으로 옮기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의가 있다"며 "부족한 국내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감안해 충전 시스템 개발에서 차별화를 꾀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원화 강세로 인해 자동차 업종에 우려됐던 환율 리스크도 내년 자동차 산업의 선순환 사이클 확대에 압도될 것으로 보인다. 조수홍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 하락은 부담스러운 요인이지만 경험적으로 환율이 급등한 이후 하향 안정화되면서 수요 회복을 동반하는 경우가 자동차산업의 수익성에는 가장 좋은 여건"이라며 "현대차와 기아차는 내년까지 실전 개선을 반영한 주가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용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도 "부정적인 대외 환경에서도 국내 자동차의 판매 실적은 견조한 상황"이라며 "불황기에 경쟁사들은 신차 출시를 늦췄지만, 국내 업체들은 공격적인 라인업 확대로 상품성 개선이 가능했다"고 봤다.
이 때문에 전기차 성장성이 주가에 반영되며 현대차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다. 현대차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10.2배 수준으로 BMW(9.0배), 포드(8.5배), 폭스바겐그룹(7.4배) 등보다 높다. 주가순자산비율(PBR) 기준에서도 0.66배 수준이어서 아직 주가상승 여력이 남아 있다는 분석이다. 조수홍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그룹 3개사(현대차ㆍ기아차ㆍ현대모비스)의 현재 주가는 아직도 2021년도 추정 BPS(순자산가치)의 70~80% 수준에 불과하다"고 진단했다.
현대차는 내년 2014년 이후 가장 높은 실적을 거둘 것으로 관측된다. 2014년에는 연간 매출 89조2563억 원, 영업이익 7조5500억 원을 기록했다. 송선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현대차의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2022년 9.3%까지 올라갈 것"이라며 "전기차 비중 확대가 주가 재평가의 계기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