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에 이어 부업으로…스마트스토어부터 외주까지 'N잡러' 세태

입력 2020-12-09 18:06수정 2020-12-09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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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 비대면 부업에 뛰어드는 20~30대 증가
스마트스토어 창업·플랫폼 외주 등 다양한 부업 떠올라
"수익 얻지만 그래봤자 내 노동은 뼈닭발 살 같은 '쫌쫌따리'"

▲디자인, 개발, 영어 과외 등 다양한 부업을 하고 있는 'N잡러' 황진하 씨는 자신의 부업을 '쫌쫌따리'라고 표현했다. 쫌쫌따리란 뼈닭발에 붙어 있는 적은 양의 살을 표현하는 신조어로 양이 매우 적음을 뜻한다. (게티이미지뱅크)

"미래가 불투명한 지금, 친구들 사이에서 우리는 ‘N잡 세대’에 살고 있다고 얘기를 나누곤 한다. 무명배우는 가난하고 궁핍하다는 주변의 프레임을 벗기고 싶은 내게 스마트스토어는 선택이 아닌 필수로 다가왔다." - 배우 이기혁(29) 씨

"주식도 해보고, 펀드도 해보고, CMA 등 이것저것 해봤지만, 부업만큼 리턴이 확실한 재테크는 없었다. 주식도 해봤자 종잣돈이 작아 리스크에 비해 돌아오는 돈이 크지 않았다. 부업이 힘들긴 하지만 어쩔 수 없이 하게 된다." - 직장인 황진하(26) 씨

비대면 부업에 뛰어드는 MZ세대가 늘고 있다. 이들이 부업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간단하다. 더 나은 '경제적 자유'를 위해서다. 요즘 가장 떠오르는 부업은 이기혁 씨와 같은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다.

이기혁 씨는 스마트스토어에서 해외직구 가전제품, 홈트레이닝 용품을 판매하고 있다. 프리랜서 배우로 활동하던 그는 보다 안정적인 수익을 얻고자 눈을 돌렸다. 지난해 9월 처음 문을 열고 올해 3월부터 본격적으로 운영했다. 그는 "순수익으로 내 나이 또래 월급 정도를 번다"고 밝혔다. 또 "요즘 주변에서도 스마트스토어에 대한 관심이 늘어난 걸 느낀다"며 "실제로 몇몇 지인들에게 창업 방법을 알려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네이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판매자 수는 전분기 대비 3만 명 증가해 약 38만 명에 달한다. 거래액은 지난해 같은 분기와 비교해 72% 증가했다. 이중 절반 이상이 문을 연지 1년 이하인 신생 스토어다. 올 3분기까지 매출 발생 판매자 중 1년 이하 창업 판매자가 54%에 달한다. 스마트스토어 창업은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 속에 급증했다. 코로나19가 가장 극심했던 3월에만 신규 스마트스토어 3만7000개가 문을 열었다. 이는 2월 대비 34% 증가한 수치다.

전문 외주부터 온라인 클래스까지…날로 커져가는 'N잡' 시장

직장인 황진하 씨는 디자인, 개발, 영어 과외 등 안 해본 부업이 없는 프로 'N잡러'다. 부업을 하는 이유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당연히 돈"이라고 답했다. 황진하 씨는 "많이 들어올 때는 월급보다 더 들어오고 적을 때도 월급의 절반이나 25%정도의 이익을 얻으니 힘들긴 하지만 어쩔 수 없이 하게 된다"고 속내를 밝혔다.

'N잡러'란 여러 직업을 가진 사람이라는 뜻으로 2개 이상의 직업을 가진 사람을 지칭한다. 올해 10월 잡코리아가 알바몬과 함께 직장인 16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30.3%가 "현재 N잡러"라고 답했다.

황진하 씨는 알음알음 일을 얻거나 '프리모아'나 'e랜서' 같은 플랫폼에서 외주를 구한다. N잡 비대면 트렌드를 타고 외주 플랫폼 역시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 국내 최대 규모로 알려진 '크몽'의 월평균 거래 건수는 6만 건에 달한다. 일감 중개 플랫폼이 성장하면서 부업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다. 디자인, 개발부터 번역, 블로그 포스팅, 영상 촬영 및 편집까지 업무의 종류는 무궁무진하다.

최근에는 발성법, 드로잉, DIY 공예처럼 자신의 재능을 강의하는 온라인클래스 역시 부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자신의 재능을 담은 전자책을 출간해 부수입을 올리는 경우도 있다. N잡 열풍을 타고 ‘경제적 자유’를 강조하는 각종 부업 강의 역시 성행 중이다. 온라인 클래스 플랫폼의 성장세 역시 무섭다. '클래스 101'은 전년 대비 올해 4~5월 수강생이 3.2배 증가했고, 전체 매출액은 3.3배 늘었다.

대학생과 취업준비생 역시 N잡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취업준비생 김세힘(28·가명) 씨는 스마트스토어를 통해 의류 판매를 준비하고 있다. "같은 취업준비생인 친구가 최근 스마트스토어를 연 것을 보고 마켓 준비를 시작했어요."

가족과 함께 귤 농장을 운영하는 대학생 김재현(25) 씨 역시 지난달 스마트스토어를 오픈했다. "생산 농가에서 소비자에게 직접 전달할 방법을 고민하다 스마트스토어를 열게 됐죠."

"열심히 벌지만 내 노동은 뼈닭발의 살 같은 '쫌쫌따리'"

젊은 세대에 부는 N잡 열풍은 안정적 일자리는 줄어들고 노동은 파편화되는 거대한 시대 흐름과 맞닿아 있다. 코로나19가 길어지며 이런 흐름은 가속화되고 있고, MZ세대는 이전보다 더 치열하게 고군분투하고 있다.

이기혁 씨는 "집값도 비정상적으로 오르고, 전반적으로 사회 분위기가 힘들어지는 이 시점에 20~30대에게는 또 다른 돌파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스마트스토어와 같은 부업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재현 씨는 "기존의 방식이 적용되지 않을 만큼 빠른 속도로 세상이 변하고 있다. 한 가지 방법으로 이 시대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생각이 보편적으로 자리 잡은 것 같다"고 현 세태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황진하 씨는 자신의 부업을 '쫌쫌따리'라고 표현했다. 쫌쫌따리란 뼈닭발에 붙어 있는 적은 양의 살을 표현하는 신조어로 양이 매우 적음을 뜻한다. "우리는 계속 노동시간 늘려가면서 일하는 수밖에 없다. 부동산이 있는 부르주아나 기성세대는 특별히 이렇게 시간 쏟아붓지 않아도 자산이 계속 불어나지만, 나는 이렇게 쫌쫌따리 모아도 얼마 안 되니 현타(현실 자각 타임의 준말) 올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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