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계가 중대재해처벌법이 중소기업 특성을 고려하지 못한 ‘삼중 처벌’ 법안이라며 처벌 완화를 촉구했다. 또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어려움이 산재한 만큼 중소기업을 위한 별도 신용평가 등급을 마련하고 주52시간제 계도기간도 일부 업종에 대해서라도 연장해줄 것을 요청했다.
중소기업단체협의회는 9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중소기업 주요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 이날 행사에는 중소기업중앙회(중기중앙회), 대한기계설비건설협회, 한국여성경제인협회, 한국여성벤처협회, 소상공인연합회, 한국경영혁신중소기업협회(메인비즈협회), 중소기업융합중앙회(이노비즈협회) 등 16개 단체가 함께 했다.
협의회는 이날 △주52시간제 시행에 따른 중소기업 인력난 등 현장애로 해소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신중한 입법 △코로나19 피해 중소기업을 위한 별도 신용평가 등급 마련 등 주요현안에 대한 입장을 내놨다.
김기문 중기중앙회 회장은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 산업재해를 예방하고 근로자의 안전을 위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하나 이 법이 시행되면 상당수 중소기업은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며 “현장사고 책임자는 물론 법인과 대표까지 3중으로 처벌하는 너무나 가혹한 법”이라고 지적했다. 국회에서 논의중인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산업재해 발생 책임을 모두 사업주에게 돌리고 대표자 형사처벌, 법인 벌금, 행정제재 등 3중으로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단 것이다.
또한 호소문을 통해서도 “기업 처벌이 능사가 아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중단하고 중소기업 현장을 고려한 지도와 예방 중심의 산재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재해 발생 시 중소기업 대표가 경영활동이 가능하도록 이를 완화해줄 것을 촉구했다.
중소기업계는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을 위한 별도 신용평가 등급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피해로 중소기업의 60.3%가 올해 매출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내년 신용평가를 올해 매출기준으로 할 경우 신용등급이 하락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신용등급이 내려가면 대출금리 인상, 한도축소, 만기연장 불가 등 금융거래 시 불이익이 생긴다. 또한 공공기관 입찰 참여도 어려워 판로 확보에도 애로가 생길 수 있다. 따라서 김 회장은 “기업의 귀책사유가 없는 천재지변과 같은 상황인 만큼 별도 중소기업 신용평가 기준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다.
또한 주52시간제 시행에 대해 인력난이 심한 조선·건설·뿌리산업 등 업종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뿌리산업의 경우 현재 2교대 체제에서 3교대 체제로 변경해야 하는데, 현재 추가 인력을 구하기 어려운 데다 외국인 근로자 입국마저 제한된 상황이란 것이다. 정달홍 대한기계설비건설협회 회장은 “건설업의 경우 현행 법정근로시간이 68시간인데, 이를 52시간으로 바꿔야 한다”며 “준공 날짜가 정해져 있는데 현재 외국인 근로자 등 인력이 제한적이라 현실적으로 공사 기간을 맞추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따라서 중소기업계는 일부 업종에 대해 최소한 코로나19가 종식될 때까지는 주52시간제 계도기간을 연장해달라고 요구했다. 또한 나머지 업종도 현장 컨설팅 등을 통해 처벌이 아닌 시정·지도할 수 있는 차선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2교대에서 3교대로 전환하려면 인력이 33%가량 더 필요하다”며 “코로나19가 진정되고 종식될 때면 외국인 근로자도 원활하게 (국내에) 들어오고 한국 젊은이들도 활발하게 구직활동을 하게 될 테니, 그때까지만이라도 계도기간을 늘려달란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