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한 퍼피워커가 예비 안내견을 데리고 롯데마트 잠실점을 찾았으나 출입을 거부당해 논란이 됐다. 퍼피워커는 시각 장애인의 안내견이 될 강아지를 생후 7주부터 1년 동안 돌보며 다양한 훈련을 시키는 자원봉사자다. 롯데마트는 해당 논란에 대해 사과하며 1일 전 지점에 안내견 출입이 가능하다는 안내문을 게시했지만, 비난 여론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삼성화재 안내견학교(이하 안내견학교)는 9일 오후 기준 퍼피워킹을 신청하면 활동 시작까지 약 5~6년 정도 걸릴 예정이라고 밝힐 정도로 안내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과연 안내견은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안내견의 생애를 알아봤다.
'장애인복지법 제40조' 3항에선 안내견 표지를 붙인 장애인 보조견을 동반한 장애인이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거나 공공장소·숙박시설·식품접객업소 등 여러 사람이 다니거나 모이는 곳에 출입할 때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해선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해당 조항에 불응 시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퍼피워커 또한 해당 조항에 포함되기에 안내견과 함께 롯데마트에 출입할 수 있었다.
이에 대해 삼성화재 안내견학교 관계자는 “이번 건은 (롯데마트 담당자가) 몰라서 일어난 일이다. 사회가 욕을 하는 것이 너무 과할 수도 있다”라며 “(안내견의 공공장소 등 출입 허용은) 많은 분이 알 수 있도록 지자체나 저희 측에서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다. 너무 매몰찬 지금 사회가 조금 안타깝다”고 밝혔다.
퍼피워커는 예비 안내견 위탁 기간 배변·급식·목욕·건강관리·품행 등을 교육한다. 기관 관계자는 정기적으로 퍼피워커의 가정에 방문해 사회화 훈련과 사육관리 등을 도와준다. 한 달에 한 번 가정 방문교육과 학교 집합 교육이 있다. 물품과 약품 진료비가 함께 제공되니 비용적인 부분에선 부담을 느낄 필요가 없다.
자격요건은 전업주부를 가장 우선순위에 두고 모집하며, 번역가·작가·강사 등 프리랜서는 선정에서 제한될 수 있다. 서울·수도권에 거주하는 지원자만 뽑으며 안내견의 사회화를 위해 자동차를 운전할 줄 알아야 한다. 위탁 기간 실내에서 함께 지내야 하며 마당이 딸린 집은 반드시 1m 이상의 안전 펜스가 필요하다. 미취학 자녀(권장 나이 10살 이상)가 있을 시 지원이 어렵다. 다른 반려견과 함께 지낼 수 없고 가족 구성원에게 알레르기나 비염 등의 이상이 없어야 한다.
신청절차는 전화 인터뷰를 통해 자격요건을 확인받는다. 자격요건에 해당하면 면담 인터뷰를 통해 기관 담당자가 가정으로 방문해 환경을 확인한다. 면담 인터뷰는 6개월에서 3년가량 소요된다. 이후 안내견학교가 위탁 시작 1개월 전에 선정 결과를 알려주게 된다.
국내에서 안내견으로 활동하는 대다수의 견종은 ‘라브라도 리트리버’와 ‘골든 리트리버’다. 세계에서 약 90% 이상의 안내견은 리트리버로 기질, 품성 등이 검증됐다.
우선 안내견학교에서 가장 적합한 성품과 건강상태를 지닌 개 중에서 종견과 모견을 선발해 1년에 한 번씩 분만한다.
그렇게 태어나 생후 7주까지 자라게 된 강아지들은 퍼피워커 가정에 1년간 위탁돼 사회화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을 퍼피워킹이라 한다. 퍼피워킹 과정을 통해 퍼피워커의 가정에서 다양한 상황 대처법 등도 함께 교육받는다.
1년간의 퍼피워킹이 끝나면 안내견 훈련이 있다. 훈련 기간은 6~8개월로 도로, 상가, 교통수단 같은 실제 생활공간에서 이뤄진다. 훈련은 배변, 식사 등 기본 훈련과, 복종훈련, 지적 불복종훈련(장애물이나 위험 상황을 인지해 주인의 명령과 관계없이 안전한 방향으로 행동하게 하는 훈련) 등을 받게 된다.
삼성화재 안내견 학교 관계자는 “별도 테스트가 있지만, 예비 안내견은 하루하루가 테스트”라며 퍼피워커가 한 달에 한 번꼴로 다양한 반응 및 공격성 등을 리포트로 보내준다고 밝혔다. 퍼피워킹 단계와 안내견 훈련 단계에서 리포트 등의 결과 보고서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대략 30~40%의 예비 안내견이 안내견으로 발돋움할 수 있게 된다.
만약 안내견 평가에서 떨어져도 상관없다. 안내견 학교 관계자는 “떨어진 예비 안내견은 문제가 있어서 안 되는 애들이 아니고 안내견의 일에 맡지 않을 뿐이다”라며 “일반 반려견으로 분양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테스트에서 합격해 예비를 뗀 안내견은 실제 일을 하기 시작한다. 시각장애인과 만나게 되는 것이다. 안내견 분양을 원하는 시각장애인의 성격, 직업, 걸음걸이 등을 고려해 가장 적합한 안내견을 연결지어 준다. 시각장애인과 안내견이 짝을 이루면 4주간의 교육과정을 거쳐야 한다. 교육 기간 중 2주는 안내견 학교에 마련된 숙소에서 지내며 안내견의 일반 관리를 위한 기초 교육을 받게 된다. 나머지 2주 동안은 시각장애인의 주거지와 주요 보행지역을 중심으로 한 현지교육이 이뤄진다. 이를 통해 시각장애인과 안내견은 긴밀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안내견 학교는 안내견을 시각장애인에게 분양한 후에도 그들을 잊지 않는다. 기관 담당자가 시각장애인과 안내견의 건강 등을 정기적으로 체크한다. 매해 두 차례 정기적인 사후관리와 필요에 따라 비정기적인 사후관리를 시행한다.
시각장애인의 일상에서 눈이 되는 안내견은 10세 정도가 되면 은퇴하게 된다. 안내견은 이후 일반 반려견과 다를 바 없는 삶을 살게 된다. 안내견 학교 관계자는 “시각장애인은 다른 개를 분양받을 수 있고 안내견은 은퇴한다고 다른 삶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은퇴한 안내견은 일반 반려견과 다르지 않다”며 "해당 안내견을 키웠던 퍼피워커의 가정이나 은퇴한 안내견을 키우겠다고 얘기한 자원봉사자의 가정으로 보낸다”고 덧붙였다.
또한, 안내견 학교 관계자는 “안내견 학교는 (은퇴한 안내견을) 키우는 데 필요한 양육·병원비 등을 부담하고 가족이 집을 비울 때 은퇴한 안내견을 맡기도 한다”며 “입양 가족이 은퇴한 안내견의 노후를 잘 케어할 수 있도록 물적·인력적으로 책임진다”고 강조했다.
만약 안내견이 세상을 떠난다면, 장례 절차는 어떨까? 안내견학교 홈페이지를 들어가자마자 볼 수 있던 것은 ‘안내견 추모관’이었다. 안내견학교는 세상을 떠난 안내견의 이름을 모두 기억하고 있었다.
안내견학교 관계자는 “안내견에 세상을 떠나면 장례를 치러준다”며 “안내견 학교에 장례 시설이 있는 것이 아니라 외부 (화장터)에서 화장한다”고 말했다. 이어 “화장할 때는 안내견학교, 안내견을 키웠던 퍼피워커 가족, 은퇴 이후 키웠던 가족, 함께 생활한 시각 장애인분들이 모여 장례를 치른다”고 덧붙였다.
어느 정도 날짜가 지나면 안내견학교 안에 따로 마련된 안내견 추모비에서 명패를 제작한다. 안내견학교 관계자는 “안내견의 이름과 생년월일, 출신 등을 적은 명패를 제작해 추모비 옆에 붙여준다. 그때도 다들 와서 명패를 붙이면 장례절차가 마무리된다”라고 말했다. 한 시각장애인의 눈을 책임졌던 안내견의 이름은 그렇게 영원히 남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