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기업의 설움 ⑥ ] 조병선 중견기업연구원장 “중소기업처럼 맞춤 지원책 필요”

입력 2020-12-1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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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선 중견기업연구원장이 서울 마포구 중견기업연구원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과거에는 ‘농자천하지대본’(농사가 천하의 큰 근본)이었다면 이제는 ‘기업인 천하지대본’이다. 일자리와 미래 가치를 창출하는 건 기업이다. 중견기업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국가 경제에서 중견기업이 갖는 의미는 크다.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안정적인 경영으로 산업 구조를 지탱한다. 대기업의 1차 협력 업체이면서 2~300개의 중소기업과 하청 계약을 맺는 허리 역할을 한다. 그런데도 중견기업은 늘 제도와 지원에서 소외됐다.

서울 마포구 상장회사회관 집무실에서 만난 조병선 중견기업연구원장은 “중견기업이 되는 순간 지원은 끊기고 기업 경영 전반에 걸쳐 규제가 생기는데 금융 정책 부분이 특히 심각하다”며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중견기업이 상상 이상으로 많은데 세제상의 혜택이나 R&D(연구개발)에 대한 지원이 줄어들면서 성장을 멈추는 예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상당수 중견기업의 신용도는 ‘BB 이하’ 등급이다. 담보제공이나 추가적인 신용 보완이 없으면 은행들로부터 대출받기가 어렵다. 중소기업만 지원하는 정책 금융을 활용하지 못해 자기 자본으로 시설과 기술 개발 투자를 진행한 결과 부채 비율은 높아졌다. 대출 신용보증이 안 돼 계속해서 부채는 쌓이고 신용도는 내려간다. 악순환이 이어지면서 회사채 발행조차 어려워지는 구조다.

조 원장은 “중견기업에 대한 맞춤형 금융지원을 해야 할 필요가 있는데 핵심 산업이자 국가 경쟁력인 소재·부품·장비 업종이 특히 많다”며 “연구개발 비율이 높은 중견기업 특성을 고려하고 이들에 대한 신용보증을 확대해서 금융시장에서 자금을 원활하게 조달할 수 있도로 도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직접금융 시장에서는 중견기업 전용 회사채 시장을 만드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는데 현재 회사채 발행은 93~94%가 대기업들이 점유하고 있다”며 “현재 30억 원에 불과한 신용보증 한도를 추가로 확대하고 중견기업만을 위한 보증 전용 펀드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중견기업의 최대 애로사항으로는 상속세를 꼽았다.

조 원장은 “독일의 히든챔피언과 같은 명문 장수기업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가업 승계가 원만하게 되어야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높은 상속세로 상속을 못 하는 기업이 너무나도 많다”며 “대부분의 창업 기업인들은 회사를 자기 자식처럼 키워왔기 때문에 빚내서 투자를 감행한 경우가 많아 유동성은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식을 담보로 상속세를 내는 방안이 있긴 하지만 방법이 어려워 활용도가 매우 떨어진다”며 “결국 승계가 안 되니 기업은 사모펀드나 외국자본에 팔려 성장 활력을 잃거나, 투자에 써야 할 자금을 상속세로 쓰면서 정체기에 머무르게 된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조 원장은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 기업들이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이는 신기술과 신제품 개발로 이어지고, 세계시장으로 나가는 경쟁력이 된다”며 “R&D(연구개발)에 대한 지운도 필요한데 기업 규모에 따라 차등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중견기업의 인력난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그는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해 중견기업들이 AI(인공지능)이나 빅데이터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지만, 우수 인력을 구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국가적 차원에서 이러한 인재들이 중견기업에 갈 수 있도록 인재육성 제도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마지막으로 ”규제를 완화하고 기업인들이 긍지를 가지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하는데, 투자가 일어나야 일자리가 생기고 기업가치 창출되고 세금도 많이 부과할 수 있다”며 “정부관계자를 비롯해 시민들도 기업을 바라보는 인식이 개선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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