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금융 시스템 약화 신호”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레이팅스에 따르면 올해 1~10월 중국 국유기업의 디폴트 규모는 400억 위안(약 6조6596억 원)에 달했다. 이는 지난 2년간의 디폴트 규모와 맞먹는다. 지난달에는 BMW의 중국 파트너인 브릴리언스오토그룹이 65억 위안 규모 채권을 상환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베이징 칭화대학이 소유한 중국 국유 반도체 기업 칭화유니그룹은 지난달 16일 만기를 맞은 13억 위안 규모 역내 발행 채권을 상환하지 못했다. 중국 신용평가사 중국청신은 칭화유니그룹의 신용등급을 ‘AA’에서 ‘BBB’로 낮췄다. 칭화유니그룹은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대표하는 그룹이라 시장에 충격을 안겼다. 허난성 석탄 채굴 기업 융청석탄전기도 지난달 10일 10억 위안 규모의 채권을 갚지 못했다.
국유기업의 디폴트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우선 국유기업과 정부 간 관계가 약화했다는 신호로 풀이할 수 있다. 중국 금융안정발전위원회는 지난달 23일 국유기업의 디폴트에 ‘무관용’ 원칙을 채택하면서 투자자 보호를 위해 모든 종류의 ‘채무회피’를 처벌하기로 했다.
국유기업에 투자자들이 몰린 것은 중국 정부가 지원할 것이란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정부가 지원 의사를 철회하면 이들 기업의 리스크는 급증한다. 리서치 회사 로디움의 로건 라이트 애널리스트는 “정부가 보증한다는 신뢰성은 지금까지 중국 금융 시스템의 가장 중요한 보루였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의미는 중국 금융 시스템의 신뢰성이 약화하고 있다는 신호다. 중국 인민은행과 화창증권의 자료에 따르면 국유기업이 중국 전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3분의 1 미만이지만, 은행 대출의 절반 이상과 중국 내 발행 회사채의 90%를 차지하고 있다. 라이트 애널리스트는 “중국 당국이 부실 채권에 대한 규율을 원하지만, 신용 위험이 얼마나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국유 기업의 연이은 디폴트 선언은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가 나타난 영향도 있지만, 진짜 원인은 수십 년 간 축적된 기업 부채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노무라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 정부는 2008년 글로벌 경제 위기 이후 수조 달러의 지원금을 국유기업에 쏟아붓고 있다”며 “디폴트는 피할 수 없던 일”이라고 지적했다.
국유기업이 올해 들어 9월까지 발행한 회사채 규모는 8조5000억 위안으로, 민간기업이 발행한 8580억 위안의 10배에 달했다. 지난달 중순까지 1780억 위안의 디폴트가 선언됐는데, 그중 43%는 국유기업에서 나왔다.
중국 국유기업이 흔들리면 글로벌 경제에도 타격이 있을 수 있다. 중국은 코로나19로 침체된 와중에 V자형 반등에 성공하며 경기 회복을 이끌고 있다. 수출입 회복세도 빨라 교역 상대국의 경기 회복에도 영향을 줬다. 글로벌 경제 분석기관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줄리안 에번스-프리처드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사태가 하룻밤 사이에 중국의 경제 회복을 망치지는 않겠지만, 회복세를 점차 약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