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소비재·소매·엔터 등 4개 업종이 전체의 60%
중국도 대형 국영기업 잇따른 부도로 신용경색 허덕여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신용등급을 부여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디폴트를 선언한 기업이 223개사로, 전년의 두 배에 달했다고 13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보도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디폴트를 낸 기업이 200곳을 넘은 것도 올해가 처음이다.
세계적인 저금리 기조에 회사채 시장은 전반적으로 안정적이라는 평가다. 국채 대비 채권 수익률 차이(스프레드)는 코로나19 사태 초기인 3~4월에 4%포인트로 확대됐지만, 최근에는 코로나 전과 거의 동일한 1.6%로 떨어졌다. 올해 글로벌 회사채 발행액도 이미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각국이 3월 이후 도입한 대형 금융완화와 재정정책으로 금리 상승이 억제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에 따른 경영 악화로 디폴트가 늘어만 가고 있다. 미국의 디폴트 기업 수는 전년보다 80% 증가한 143개사에 달했으며 유럽은 2.8배 급증한 42개사를 기록했다. 신흥국도 28개사로 약 30% 증가했다. 전체 채권 대비 디폴트 비율도 5%를 넘어 201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디폴트는 코로나19에 타격을 받은 특정 업종에 집중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전통 백화점 체인 JC페니가 파산보호를 선언했으며 영국에서도 의류 등을 다루는 아카디아그룹이 파산했다. 디폴트 기업 중 에너지와 소비재, 미디어·엔터테인먼트와 소매 등 4개 업종이 전체의 60%를 차지했다고 닛케이는 분석했다.
중국도 불안한 것은 마찬가지다. 지난달 초 정부 지원을 받는 반도체 대기업 칭화유니그룹이 디폴트를 내는 등 대형 국영기업들이 신용경색에 허덕이고 있다. 산시성 국영기업 산시국제전력그룹은 최근 발행 예정이었던 35억 위안(약 5844억 원)의 회사채에 5억 위안 밖에 수요가 모이지 않았다. 중국에서 지난달 이후 발행을 연기하거나 중단한 회사채 총액은 2000억 위안을 크게 웃돌고 있다.
과잉 채무 기업이 늘어나는 것도 디폴트가 끊이지 않는 이유로 꼽혔다. 닛케이가 전 세계 비금융 상장사 약 3만4000개사를 조사한 결과 올해 ‘3년 연속 세전이익이 회사채 이자를 밑도는 곳’이 전체의 26.5%로 사상 최대치에 달했다. 미국은 34.5%로 주요국 중 그 비율이 가장 높았고 중국도 11.0%로 급증하는 추세다. 일본은 낮은 수준이지만, 9년 만에 4%를 넘었다고 닛케이는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