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림, 기울기, 크기를 다르게 썼을 뿐인데 단순한 폰트보다 더 큰 감동으로 와 닿아요. 또 그 감동이 전달될 때 가장 크게 캘리그래피의 매력을 느껴요.” -캘리그래피 작가로 활동 중인 직장인 권지현 씨
캘리그래피는 손 글씨를 통해 피어나는 시각 예술을 말한다. 어원은 아름다운 서체라는 뜻을 지닌 그리스어 ‘칼리그라피아’(kalligraphia)에서 유래했다. 캘리그래피는 책 표지부터 영화 포스터, 제품 디자인까지 예술과 일상의 경계를 넘어 다양한 곳에 활용된다.
쓰임새가 다양한 캘리그래피는 예전부터 인기 있는 취미였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유행으로 ‘집콕 취미’(집 안에서 즐기는 취미)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다시금 주목을 받고 있다. 옥션에 따르면 10월 한 달간 벼루와 먹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6%, 화선지·한지는 35%, 캘리그래피용 펜은 무려 132%나 판매량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취미로 캘리그래피를 즐기던 권지현 씨는 올해 3월부터 본격적으로 아이디어스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아이디어스는 온라인 핸드메이드 마켓으로 소비자와 작가를 직접 연결해주는 플랫폼이다. 그는 ‘지현드림’이라는 이름으로 캘리그래피를 의뢰받아 제작·판매하고 있다.
권 씨는 캘리그래피의 가장 큰 매력은 “글의 의미를 증폭시키는 힘”이라고 말했다. 같은 문장이라도 광고 문구가 확 와 닿는 것처럼 아름다운 캘리그래피는 읽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다양한 도구를 활용할 수 있고, 형식이 정해져 있지 않다는 점도 장점이다. 캘리그래피는 붓·붓펜·만년필 등 사용 도구에 따라, 수묵·수채·플러스 펜 등 글씨와 함께 그리는 그림에 따라 다양한 느낌의 작품을 연출할 수 있다. 그는 “나만의 스타일을 만들어갈 수 있는 것도 캘리그래피만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캘리그래피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가장 쉽게 도전하는 도구는 ‘붓펜’이다. 처음에는 어느 정도 단단하고 탄성이 있는 스펀지 타입의 붓펜을 추천한다. ‘다이소’나 ‘모나미’ 제품이 대표적이다. 탄성이 없는 부드러운 펜은 흐물흐물해서 필체가 잡히지 않은 초보가 사용하기엔 쉽지 않다. 단단한 붓펜에 익숙해진 다음에 ‘펜텔’이나 ‘쿠레타케’ 등 부드러운 펜에 도전하기를 추천한다. 처음에는 굵은 펜을 쓰다 점차 얇은 펜으로 도구 사용 범위를 넓혀가며 나만의 필체를 찾아가자.
권지현 씨는 “너무 잘 쓰려고 하지 말고 편하게 자기 필체를 찾아간다는 생각으로 써보라”고 조언했다. 글자 한 자에 집중하기보다 전체적인 느낌을 살리며 본인에게 맞는 스타일을 찾아가는 것이다.
그가 최근 가장 즐겨 쓰는 도구는 ‘워터브러쉬’다. 수채화를 위한 붓펜으로, 펜대에 물을 채울 수 있는 물통이 들어있어 압력 조절을 통해 손쉽게 그러데이션을 효과를 줄 수 있다. 물티슈에 닦아내면 굳이 펜을 헹구지 않아도 여러 가지 색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유튜브를 비롯해 도서, 온라인 클래스 등 주위를 돌아보면 다양한 캘리그래피 강의를 만나볼 수 있다. 강의도 중요하지만 중요한 것은 ‘꾸준한 연습’이다. 부업 판매 같은 수익이 연습의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권지현 씨는 “작가로 등단하기 전 ‘한 달에 몇 건 이상 판매하기’ 등의 단기적인 목표가 없었다면 금방 취미를 포기했을 것”이라며 “야근한 날에도 배송기한을 지키기 위해 작업하는 등 이러한 과정이 게으른 내게 끈기를 더해줬다”고 설명했다.
고객의 새로운 의뢰 역시 또 다른 원동력이다. 인터뷰가 있던 당일, 권지현 씨는 산타할아버지에게 편지를 받고 싶어하는 아이를 위해 산타할아버지의 영어 편지를 썼다. 그는 “영어 글귀는 익숙하지 않았지만, 덕분에 작업범위가 더욱 넓어진 것 같아 의미가 있었다”고 말했다.
글씨체는 쓰는 사람을 닮아있다. 우리 모두 저마다 다른 생김새를 가진 것처럼 글씨 역시 저마다 다른 생김새를 하며 쓰는 이의 마음과 개성을 담아낸다. 그런 점에서 캘리그래피는 우리 자신을 담아내는 취미라 할 수 있다. 코로나19로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며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많아진 요즘, 스스로를 돌아보며 캘리그래피로 내 마음을 다잡아 보는 것은 어떨까.